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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3: 단당류의 고리화과정(피라노스 Vs 푸라노스)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내부적 반응개방형 사슬 구조가 고리형 링 구조로 어떻게 전환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전기음성도와 친핵체/친전자체에 대하여 바로 앞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제 단당류 중 가장 풍부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20세기 최고의 화두가 된 글루코스, 즉 포도당을 예로 들어 고리화 과정을 살펴보자. 설명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용어도 글루코스로 통일하기로 한다. 키랄 센터를 가지는 글루코스의 구조를 잘 나타내는 것이 개방형 선형 사슬 구조로 표현하는 피셔투영법이다. 그리고 수용액에서 고리화된 포도당의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 하워드 투영법(Haworth projection)이다.  피셔투영법이 D/L 명명법에서 보았듯이 탄소 골격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었다면, 하워드 투영법에..

탄수화물 2: 단당류의 고리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

단당류의 고리화 과정앞 글에서 단당류들을 개방형 사슬구조를 통해 이해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단당류들은 개방형이 아닌 고리형 구조를 가질 때 더욱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생화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인체가 세포안팎으로 모두 수성환경이란 점을 고려할 때, 단당류들이 체내 생리적 수용액 상태에서 거의 항상 고리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다란 사슬모양의 탄소 골격의 단당류들이 어떻게 둥그런 고리모양으로 바뀌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이에 앞서 고리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화학적 특성들을 짚어 본다면 고리화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기화학에서 제일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탄소이다. 하지만, 유기화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산소 역시 나름 약방의 감초라..

탄수화물 1: 다양한 분류방법(feat 알도스 Vs 케토스, D형 Vs L형)

왜 탄수화물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원이나 구조적 재료, 즉 식물의 벽이나 동물의 껍질을 이루는 성분으로 여겨졌으며 생물학적 활동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시켜 중요시되지는 않아 온 것 같다. 분자 생물학은 주로 DNA, RNA, 단백질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되어 왔지만 이들만으로는 생명현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고, 동시에 당(sugar)이 세포 간 신호전달, 면역 반응, 단백질 구조 조절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점점 더 부각되어 왔다. 직접적인 유전자 코드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과 달리, 당은 다양한 효소에 의해 합성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조절이 가능하고 약간의 패턴만 달라져도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성질이 있다. 자연의 모든 세포와..

키랄성 5: 신약 승인 경향: 단일 이성질체 키랄 약품의 증가

약물이 체내로 들어오면 동일한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를 거치면서 작동하겠지만 개인별로 대사 능력과 각 대사 기관의 상태가 다르므로 특정 환자에게 있어 투약량이나 투약간격등이 달라져야 약물의 효과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키랄 약품이 라세미체로 합성된다는 점은, 도움을 받기 위해 누군가를 초대했는데, 그 손님이 내 허락도 없이 누군가를 함께 데리고 들어온 것 같은 불편한 상황으로, 그 함께 따라 들어온 불청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그 불청객을 달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특히 약물 섭취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피하고 싶을 반갑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하다. 잠시 잠깐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

키랄성 4: 키랄 약물의 두 얼굴(유토머 vs 디스토머)

생체 시스템의 호모키랄성과 인공 화합물의 라세미체앞선 글에서 자연계에 입체 이성질체들이 널리 분포해 있으나, 생물적 시스템은 거울상 이성질체 중 특정한 한 형태만을 독점적으로 선호하는 경향 즉, 아미노산은 L-형으로, 당은 D-형으로 존재하는 호모키랄성을 나타내며, 이는 생체내 효소, 수용체등과 같은 분자들과의 작용과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효소는 특정한 입체구조를 가진 기질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이성질체만이 이들과 상호작용하여 기능함을 살펴보았다. 생체내에서 기능해야 할 약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때, 키랄 중심을 갖는 약품의 경우 두 가지 거울상 이성질체가 모두 합성되므로 이러한 효소들의 선택성에 문제가 생긴다. 입체구조에 따라 생체내에서 생체분자와 반응하여 활성을 가질 수도..

키랄성 3: 호모키랄성(homochirality):생명체의 선택

앞의 두 글에서, 같은 재료를 같은 배열로 구성하여 만들었지만, 4개의 서로 다른 원자(혹은 치환기)에 연결된 (주로) 탄소를 중심으로 3차원적인 배열이 살짝 달라져, 거울상 이미지로 쌍둥이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 서로 겹쳐지지는 않는(키랄성)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역사적으로 두 거울상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구별하여 이름을 붙여 왔는지도 살펴보았고, 각각 갖고 있는 특징이 같은 비율로 혼합되어 있을 때는 그 특징이 상쇄되어 사라져 버리는 혼합 형태(라세미혼합물)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제 이 거울상 이성질체가 실제로 우리의 생명활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살펴보자.  생명의 선택: 호모키랄성생명체에게 키랄성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려면 아마도 가장 중요한 ..

키랄성 2: 거울상 이성질체 명명법: d(+)/l(-), D/R, R/S

거울상 쌍둥이를 구별하는 이름 두 거울상이 오른손의 속성(right-handedness)과 왼손의 속성(left-handedness)을 갖는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과연 오른쪽, 왼쪽으로 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치 두 명의 쌍둥이를 연상하게 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들은 끓는점, 녹는점, 용해도 등과 같은 물리적 특징과 화학적 속성이 거의 같아 구별이 쉽지 않다. 지금처럼 X선 결정학 등과 같은 고도의 기술들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편광 측정법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장치의 도움을 받아 이 두 쌍둥이들을 구별해서 표시할 수 있었다.  편광 측정법과 거울상 이성질체의 회전 방향19세기 초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바티스트 비오(Jean-Baptiste Bi..

키랄성 1: 거울에 비친 쌍둥이 이미지, 손의 속성, 키랄성(chirality)

거울을 사이에 둔 쌍둥이 이미지거울은 그 앞에 놓인 물체를 반사하여 반대편에서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거울은 왼쪽과 오른쪽을 뒤집어서 보여준다. 물론 정사각형이나 축구공처럼 대칭적인 모양일 경우는 별 의미가 없지만, 비대칭적인 형상을 가진 물체라면 거울 속에서 방향이 달라져 거울 앞에 놓인 물체와 거울 안에 비친 물체의 형상들을 서로 포개어 놓아 보면(superimpose) 똑같이 겹쳐지지 않게 된다. 왼손을 거울에 비추면 반사되어 나타나는 형상이 곧 오른손의 모양인데, 왼손과 오른손이 마주 보고 있어 왠지 둘이 똑같아 보이는 착각에 빠지게 하지만 사실 둘은 같지 않다. 나는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무지 오른손에서 레이저 빔이라도 나가는지 오른쪽 고무장갑에 유난히 구멍을 참 잘 낸다. ..

혼성화 2: 시그마(σ) 결합, 파이(π) 결합 그리고 이중 삼중 결합

앞 글에서 탄소의 3가지 주요 혼성화 유형의 혼성화 단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혼성화 유형에 따라 어떤 공유 결합형태를 갖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단일, 이중, 삼중 결합은 논리적으로 혼성화의 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탄소는 공유 결합을 이루려 할 때, 몇 개의 결합 파트너와 결합할 것인가에 따라 자신의 2번째 껍질에 있는 s오비탈과 p 오비탈을 혼합하여 혼성 오비탈을 생성할 준비를 한다. 두 오비탈의 에너지 레벨을 동등하게 만든 후, 4개의 원자와 결합하려면 ‘sp3 혼성화’라는 과정으로 4개의 sp3 오비탈을 만들고, 3개의 원자와 결합할 때는 ‘sp2 혼성화’를 통해 3개의 sp2 오비탈을, 그리고 2개의 원자와 결합할 시에는 ‘sp 혼성화’ 방법으로 2개의 sp 혼성 ..

혼성화 1: 혼성 오비탈 이론과 탄소의 sp3, sp2, sp 혼성화

혼성 오비탈 이론(Hybrid Orbital Theory) 궤도(orbit)와 궤도(orbital)?궤도(orbit)란 말은 태양 주변을 일정하고 차분하게 돌고 있는 태양계를 떠올리게 한다. 한 때 전자들도 원자핵 주변을 일정한 궤도를 따라 돌고 있을 것으로 가정하였지만 이후 전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자가 가진 특이한 이중적 성격으로 전자를 일반적인 궤도라는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 양자 역학의 발전과 함께 전자의 위치는 다만 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축 되는 확률이 90% 이상인 공간을 함수로 계산하여 좌표에 나타내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것이 오비탈(orbital)의 개념이다. 존재할 확률이 높은 분포를 오비탈로 표현하고 그 구름 같은 공간 어디엔가 전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