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 신경계 관련/신경전달물질

흥분성/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전위:EPSP, IPSP

Jo. 2024. 6. 20. 06:59

앞글에서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생성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주어진 자극이 활동전위로 성공적으로 연결되려면 자극의 양이 최소한 넘어야 할 문턱이라고 할 수 있는 한계수치(threshold)까지는 도달해야 함과, 또한 자극의 크기가 설령 엄청나게 크다 할지라도 활동전위의 크기가 +40mV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활동전위의 크기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활동전위가 빠르게 반복하여 일어난다. 이제 이러한 자극의 크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하나의 뉴런은 수백, 수만개의 시냅스를 형성할 수 있다.

앞선 글에서 나의 부족한 파워포인트 실력으로 묘사한 뉴런 그림을 보면,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편의상 이해를 쉽게 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뿐, 실제로는 하나의 뉴런에 수백 개의 시냅스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다수의 뉴런들이 동시에 하나의 뉴런에게 다양한 신호를 전송하여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가지돌기가 나무 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수없이 뻗어 있는 이유가 동시에 많은 뉴런들과 시냅스 연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신경전달물질의 역할과 작용기전을 간략히 되짚어 보자. 뉴런들간의 신호 전달에 있어 뉴런들은 서로 물리적으로 접촉한 상태가 아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틈(cleft)인 시냅스가 있고 이 틈을 지나갈 때에는 전기적 신호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적 신호로 바뀌게 된다. 시냅스전 뉴런의 축삭 맨 끝(terminal)까지 전압이 도달하면 이 전압을 감지한 칼슘 이온 채널(voltage-gated calcium channel)이 이에 반응하여 열림으로써 세포 안으로 Ca+2가 유입되고, 이미 만들어져 저장 중이던 신경전달물질들을 바깥의 시냅스 공간으로 밀어 내보내주게 된다. 전기적 신호로 전송되고 있던 그 내용에 부합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신호가 계속 릴레이 된다. 20 나노미터(nanometers, 즉 20 X 10-9 미터)라는 좁디좁은 이 시냅스 공간은 세포밖 액체 상태이므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후 뉴런의 (주로) 가지돌기 부분 쪽으로 이동하여 그 세포막의 수용체(receptor)에 결합한다. 따라서 이것은 리간드 결합이다. 시냅스라는 강을 건너온 것이다. 

 

시냅스후 뉴런에서 어떤 수용체와 결합할 것인가

신경전달물질은 현재 수백 가지가 밝혀져있고 아직도 계속 발견되는 중이라고 한다.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어떤 수용체와 결합할 것인가는 그 해당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전송되고 있던 전기적 신호의 내용이 말단의 골격근에게 근육을 수축하라는 명령을 담고 있었다면, 이 경우 전기신호가 시냅스전 뉴런의 말단에 도착하면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대표적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후 뉴런에게 분비하여 그 신호를 계속 이어가야할 것이다. 시냅스라는 강을 건너온 신경전달물질이 건너편 시냅스후 뉴런의 리간드에 결합하여 각종 이온채널들을 열게 될 것인데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왜냐하면 이 때 어떤 이온 채널들이 열리는가에 따라 결국 이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막 근처에서 지역적인 전압 생성을 이룰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가 결정되고 이는 곧 활동전위를 만들어 신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은 활동전위를 생성하여 신호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

계속해서 아세틸콜린을 주목해 보자. 아세틸콜린의 목적이 근육의 수축이라면, 근육을 흥분시켜 수축하기 위해 시냅스후 뉴런에서도 활동전위를 계속하여 어어가야한다. 화학적신호에서 다시 전기적 신호로 갈아타야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활동전위 생성 과정을 떠올려 보라. 전기적 스파이크가 치솟도록 막전위의 역전을 꽤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일단 한계수치를 넘어야한다. 따라서 세포막 휴지기의 음전하를 양전하로 끌어올려줄 Na+ 이온들이 등장해야하고, 그러려면 Na+ 이온채널이 열려줘야한다. 따라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Na+ 이온채널을 여는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활짝 열린 채널로 Na+ 양이온이 유입되면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막이 휴지기의 분극상태에 있다가 탈분극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지역적인 전압을 흥분성 시냅스후 전위(excitatory postsynaptic potential: EPSP)라고 한다. EPSP는 활동전위를 만들 가능성을 높여주는 전위이다.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막에서 생성된 흥분성 시냅스 후 전위(EPSP)들은 그 자체로는 사실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세포막에서 세포체까지 전송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소멸되기 쉽다. 앞선 글에서 본것처럼 활동전위는 축삭이 시작되는 축삭언덕에서 시작하는데, 이 곳까지 도달하지못하고 사라진다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만일 동시에 다른 시냅스전 뉴런이 EPSP를 생성한다면, 이들이 합해지면서 충분한 양전하의 전압을 이룰수 있어 한계수치인 -55mV까지 탈분극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시냅스 후 뉴런에서 활동전위가 발사될 준비가 된 것이다. 시냅스전 뉴런의 말단까지 이르렀던 전기적 신호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형태의 화학적신호로 모습을 바꾼뒤 다시 시냅스후 뉴런에서 전기적 신호로 복귀하여 신호를 계속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경계의 신호 전달을 “전기와 화학의 결합(electrochemical coupling)”이라고 부른다. 이 때 하나 이상의 시냅스전 뉴런들이 만든 EPSP가 합쳐지고 가중되어 충분한 한계 수치를 만들게 되는 것을  공간적 가중(spatial summation)에 의한 활동전위생성이라고 한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활동전위를 방해한다.

하지만, 활동전위를 생성시키는 것이 목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있는가 하면, 활동전위 생성을 방해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들은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막에서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려할까?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내 음전하를 계속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음전하를 띠게 할 수 있다면 한계수치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되어 활동전위 생성은 물건너 갈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음전하를 띠는 염화이온 Cl-채널을 열어 음전하가 더 강해지도록 만들거나, 혹은 포타슘 K+ 채널을 열어 이들이 농도차로 인해 세포밖으로 빠져나가게 만듬으로써 세포안을 더욱 음전하가 되게 만들어 오히려 과분극(hyperpolarize)상태로 만들게 한다. 즉,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K+, Cl- 이온들의 채널을 열게 하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활동전위 생성의 기회를 차단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생긴 전압차를 억제성 시냅스후 전위(inhibitory postsynaptic potential: IPSP)라고 한다.

 

등급화된(Graded) 전위: 흥분성/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총합(summation)

하나의 뉴런이 다른 뉴런들과 수만 개의 시냅스 연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꺼번에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하나의 뉴런을 향해 분비될 수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수많은 EPSP 혹은 IPSP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합하였을 때 그 수치가 한계수치에 도달한다면 활동전위로 이어질 것이다. EPSP가 많을수록 한계수치에 도달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IPSP가 많다면 그 반대일 것이다. 즉, 시냅스후 뉴런이 신호를 계속이어 나갈 것인지의 여부가 하나의 신경전달물질이라기보다는 이들 모든 신경전달물질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간에 어느 쪽이 우세한 가에 의해 활동전위가 일어날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억제성과 흥분성 물질이 동시에 비슷한 양으로 분비된다면 아마도 서로가 상쇄되어 활동전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한 시점에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들이 우세하다면 신호는 계속 이어져 나간다. 

 

동시에 여러 시냅스전 뉴런들이 만든 EPSP가 모두 더해지면서 한계수치를 넘어서 전압을 만들어 내는 공간적 가중(spatial summation)방법이 있는 반면, 하나의 뉴런이 아주아주 짧은 간격으로 수차례 반복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여 EPSP들을 만들어 내거나 또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몇몇 시냅스전 뉴런들이 연이어 차례로 EPSP를 생성한다면 이 수치들은 모두 더해져 한계수치에 도달할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활동전위를 생성하는 것을 시간적 가중(temporal summation) 방법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아주 짧은 시간안에 연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뒤이어 일어나는 EPSP가 시간적으로 너무 뒤에 일어난다면 앞의 EPSP에 더해지기도 전에 약해져 소멸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합해졌든 간에 가지 돌기에서 만들어진 전압차들이 축삭언덕에서 한계수치에 도달해야만 활동전위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다면 소멸하여 없어진다. 그리고 EPSP는 탈분극을 IPSP는 과분극을 일으키므로 그 수치들을 합산할 때 각각 +와 -의 역할을 함도 잊지 말자.

 

이렇게 신경전달물질이 흥분성인가 억제성인가에 따라 상이한 수용체에 결합하여 EPSP 혹은 IPSP 전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등급화된 전위(graded potential)라고 부르며 전압개폐 채널에 의해 순식간에 시작되는 활동전위와 구별한다. 

 

신경전달물질의 분해와 재흡수

또 하나 반드시 언급해야 할 부분은, 시냅스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의 분해이다. 일단 시냅스후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남은 신호전달물질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이 계속해서 시냅스에 남아있게 된다면 신호에 엄청난 교란이 생기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EPSP나 IPSP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임무가 끝난 이들은 신속히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섭리가 아니겠는가? 따라서 모든 신경전달물질은 이들을 처리할 전담 분해효소들이 있다. 이 효소들의 역할로 신경전달물질은 생체내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기능한다. 효소들이 순식간에 이들을 분해하여 차후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할 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시 시냅스전 뉴런으로 재흡수(reuptake)시킨다. 이러한 부지런한 효소들의 활동을 저지시키는 약제를 만들어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소위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세로토닌(seraton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생체 내에서 좀 더 오래 지속되게 하기 위하여 세로토닌을 열심히 분해해 재흡수시켜 없애버리는 효소들만 타깃으로 하여 이들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이다. 약리학에서는 이러한 약품들을 글자 그대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 SSRIs)라는 범주로 분류한다. 그 유명한 프로작(Prozac)도 여기에 속한다.

 

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가?

열심히 신호를 전달하려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만 한 것일까? ㅎㅎㅎ 흥분만 일어난다면 미세한 조절이 거의 어렵다. 물건을 잡을 때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만 분비된다면 우리는 적당한 압력으로 잡지 못하고 물건을 꽉! 쥐고 말 것이다. 따라서 미세하게 손의 움직임을 컨트롤을 하려면 흥분과 억제가 적당히 가해져야만 가능하다. 어린아이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투박하다가 성장하면서 섬세해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들 간의 균형이 이루어 져야 신경들이 정상적으로 자극과 전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있어야만 우리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필터링하여 무시할 것과 무시하지 않을 것을 통제할 수 있다. 우리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결국은 뇌로 들어오는 일부 정보들을 억제하여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간질 발작이다. 이는 뇌로 전송되는 전기적 신호의 과부하이다.  

 

사실 신경전달물질이 흥분성인가 억제성인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에 따라 신호가 이어질지 아니면 소멸되고 말 것인지 결정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인체 내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신경전달물질들이 결국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뇌의 활동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미세하게 조절됨에 따라 행동, 감정, 생각 등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행동과 감정 생각들이 달라질 수 있다. 골격근과 내장근육의 근육을 수축시키거나, 학습 및 기억과정을 도모하거나, 수면을 조절하는 등의 모든 뇌의 활동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들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억과 관련된 또 하나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치매환자들의 경우 많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현재 치매치료제의 하나로 아세틸콜린을 증가시키는 처방을 하기도 한다.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뉴런과 뉴런 간에 신호전달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우울한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환각을 볼 수 도 있으며 중독에 빠지기도 하는 등 우리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위에서 근육수축을 담당하던 아세틸콜린이 아래에서는 치매와 관련하여 기억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하나의 신경전달물질이 수행하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뇌가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다채로우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수용체에 결합하여 전혀 상반되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세틸콜린이 근육수축과 관련하여, 골격근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에서 분비될 때는 니코틴성(nicotinic) 수용체에 결합하여 근육을 수축하고, 심장근육의 경우 무스카린성(muscarinic) 수용체에 결합하여 수축을 감소시켜 심장근육이 이완되도록 작용한다. 하나는 수축을 강화하고 하나는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때 두 수용체가 따르는 신호전달 체계도 다르다. 이에 관련된 것은 세포내 신호전달체계를 주제로  하는 별도로 글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신경전달물질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나날이 발병 횟수는 물론 발병 연령도 점점 더 젊어져 가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각종 인지기능장애, 기억장애, 그리고 운동기능장애와 관련된 질병들을 비롯하여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 들 모두가 신경전달물질의 과다 또는 부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밀가루 단백질 글루텐의 30~35%가 글루타민산이고, 체내 가장 대표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글루타메이트 아미노산임을 감안할 때 지나친 밀가루 음식의 섭취가 체내에서 흥분독성을 일으켜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제안도 있다. 더 자세한 고찰이 필요할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글루텐과 각종 자가면역질환의 연관성과 더불어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향후 관련된 정보들을 다른 글에서 다시 다루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