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의 인산화
인이,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산이 인체내에서 발견되는 여러 지점과 역할들을 살펴보았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는 말을 이제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산의 다양한 활약중에서 이제 이미 간략히 언급된 인산화를 집중적으로 상세히 다루어 보고자한다. 세포의 신호전달과정을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인산화가 너무나 궁금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의 인산화를 자세히 다루고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먼저 단백질에 대하여 간략하게 짚고 가보고자 한다.
단백질의 기본 구조
단백질을 만드는 빌딩블록이 아미노산이다. 레고 조각들이 모여 여러가지 물체가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아미노산에는 인체가 만들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9개), 합성되기는 하나 부족하면 문제가 되는 조건부 필수아미노산(6개), 그리고 충분히 생성되는 비필수 아미노산(6개)로 구별할 수 있고 총 21개가 있다. 보통은 20가지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뒤늦게 발견한 셀레노시스테인을 포함하여 21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미노산은 공통적으로 중앙의 탄소가 아미노기(H2N), 카르복실기(COOH), 그리고 수소(H)와 결합하고 있는 골격을 가지고 있다. 이 공통의 골격에서 각각의 아미노산은 독자적인 곁사슬(side chain: R기)을 가지는데, 이 곁사슬이 각각의 아미노산들의 성격과 특징을 규정한다. 즉, R기를 빼고 모든 아미노산은 똑같은 공통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팔찌의 체인줄에 다양한 모양의 charm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라 할수 있겠다.
중성pH인 인체내 수용액 상태에서는 아미노기는 염기이므로 녹아있는 수소양성자를 받아들여 H3N+, 카르복실산은 산이므로 수소양성자를 잃고 COO-로 이온화되어 전하를 가진다. 흥미롭게도 주변 환경이 산성인가 염기성인가에 따라 각각 아미노기와 카르복실기의 전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pH가 낮은 산성환경이 되면 카르복실산은 수소 이온을 받아들여 COO-에서 COOH로 전하가 없어지지만 아미노기는 여전히 양전하상태를 유지하여 아미노산은 전체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물론 각 R기(곁사슬:sidechain)에 따라 다시 전하를 띨지 여부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음전하를 가지는 인산과 만났을 때 다양한 결과를 미치게 된다.
서로 다른 화학적 성질을 갖는 이들을 각각 하나씩의 알파벳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알파벳들이 자유롭게 조합되어(펩타이드 결합) 다양한 단어를 만들고 다시 이 펩타이드들이 하나 이상 모여 3차 4차의 더욱 복잡한 구조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아래 그림처럼 아미노산들이 연결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모든 아미노산의 공통부분에서 아미노기와 카르복실기가 반복적으로 연결되는데 이때 물분자 하나가 빠져나가면서 공유결합되어 백본을 이루며 기다란 펩타이드로 연결된다. 참고로 아미노산은 단백질 합성의 기본단위 일 뿐만아니라 자체로서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고 또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전구체로 역할한다.
단백질은 피부, 머리카락, 힘줄, 콜라겐 등의 세포의 구조와 골격을 이루는 것 뿐만아니라, 세포가 수행할 각종 활동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요소들인 각 종 촉매효소 단백질, 호르몬 단백질, 수송체 단백질, 저장 단백질, 수용체 단백질, 유전자 전사 단백질, 항체, 헤모글로빈과 같은 운반단백질등을 이룬다. 그 기능을 나열해보면 단백질의 광범위한 활동을 알 수있다. DNA가 이러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새삼 단백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폴리펩타이드로 이루어진 단백질 구조는 그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결합 구조가 기능을 규정하기 때문에 그 구조를 약간이라도 변경하게 된다면 기능이 변하게 된다.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수도 있다. 단백질 내부의 공유결합 구조는 매우 유연하며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른 분자나 다른 단백질들과 유동적으로 결합하여 여러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단백질에게 있어 사실 아주 작고 미세한 구조적 변화도 단백질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곧 단백질의 기능, 수행 정도와 수행 속도, 또는 분해속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단백질 내 특정 위치의 특정 부분을 타겟으로 하여 단백질 구조에 변화를 줌으로써 단백질을 콘트롤할 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외부로 부터의 자극에 대하여 세포가 다양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행해야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DNA 전사를 거쳐 새로이 합성하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단백질을 약간 수정하여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당연히 훨씬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므로 신호전달 체계에서 수많은 단백질 수정작업이 일어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주변환경에 더 빠르게 대응할수 뿐 아니라 매우 효과적이고 편리한 방법이다.
단백질번역후 수정
그러한 이유로 단백질 합성이 끝난 후 일어나는 단백질 수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의 유형은 매우 다양한데, 현재 밝혀진 것만으로도 무려 650개 이상의 단백질 수정형태가 있다고 한다.[1] 이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으로, 인산화(phosphorylation), 아세틸화(acetylation), 메틸화(methylation), 글리코실화(glycosylation),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 아실화(acylation), 시스테인 산화(cysteine oxidation) 등이 있다. 대부분 단백질에 새로운 분자를 첨가하거나 절단해내어 그 공유 결합에 변화를 줌으로써 단백질의 형태, 활성상태, 안정성, 전하, 다른 생체 분자들과의 상호작용 등을 변경시켜 세포의 생물학적 과정 중에서 행하는 그 기능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인산화는 세포신호전달과 세포주기에 관여하고, 아세틸화와 메틸화는 DNA 전사 조절과 세포 대사와 관련이 있고, 글리코실화는 단백질 접힘(folding)과 주변 세포와의 세포 접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그리고 유비퀴틴화는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데 관여한다. PTM은 아미노산의 화학적 구성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분자상태를 나타낼수 있게 하여 단백질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를 가질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 다양한 단백질 수정 유형중에서 인산화는 그 어떤 다른 유형보다 단백질 조절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인산화의 유연한 가역성(reversibility) 때문이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인산그룹을 대상 기질에 붙이는 것이 인산화라면, 이 후 거꾸로 그 인산그룹을 떼어냄으로서 원래의 상태로 다시 복귀가 가능하다. 마치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자유롭게 밟고 떼면서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유연한 조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산화 효소와 탈인산화 효소(phosphatases)의 작용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 점이 인산화가 신호전달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는 이유라고 본다. 수많은 단백질을 조절하기 위해 특정 인산화효소를 인산화하는데, 사실 그 효소 역시 다른 인산화효소에 의해 인산화된다. 인산화되지 않으면 비활성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인산화를 스위치를 키고 끈다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마치 어린이들 얼음땡 놀이처럼 누가 와서 ‘인산화돼’라고 툭 쳐줘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다른 친구들을 풀어주러 가는 것처럼.
[참고 자료]
[1] Protein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 in health and diseases: Functions, regulatory mechanisms, and therapeutic implications
'세포생물학 > 생화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나아제4 : kinase의 구분 및 구조(PKA) (0) | 2024.07.28 |
---|---|
키나아제3 : 인산의 화학적 형태, 에스터 결합 그리고 인산화 (0) | 2024.07.28 |
키나아제1 : 인(P, Phosphorus), 인산 (0) | 2024.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