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15인 화학 원소
인(P, Phosphorus)은 필수미네랄로서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모든 살아있는 세포 내에 존재한다. 인체 내에서 인은 지방을 제외한 체질량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이 중 85%는 뼈와 치아를 구성하고 나머지 15%는 혈액과 연조직에 분포한다. [1] 원자 번호가 15인 인은 8개의 전자를 채우고 난 최외각 전자가 5개이므로, 이 5개의 전자를 기증하면서 5개의 공유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인은 반응성이 높아 자연상태에서는 순수한 인의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생체내에서 보통 인산(H3PO4)의 형태로 존재한다. 수용액상태에서는 양성자(H+) 세 개를 모두 잃고 이온상태인 ([PO4]3−)의 형태가 되어 인산염(phosphate)이 되며, 우리가 생화학에서 주로 보게 되는 인산기(基)라는 작용기도 [PO4]3−을 의미한다. 생리학적 pH인 pH7(중성)에서 보통 수소양성자(H+)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물분자와 결합되지 않은 형태의 인산을 무기인산이라고 부르면 보통 Pi로 표시한다. 인산염은 물에 잘 녹고 음전하를 띤다.
인은 원자의 배열의 순서를 달리하여 성질이나 모양이 다양하게 달라지는 동소체(Allotropy)를 많이 가진다. 백린(또는 황린), 적린(붉은색 인), 흑린(검은색 인), 자린(보라색 인)이 그것인데, 반응성이 가장 높고 가연성이 매우 크며 독성이 있는 백린은 산소와 접촉 시 즉시 발화하여 산소가 없어질 때까지 빛을 내며 타는 그 치명적인 인화성으로 인해 백리탄이라는 무시무시한 화학무기로 제조되기도 한다. 적린은 성냥의 머리 붉은색 부분이다. 인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면, 빛을 뜻하는 그리스어 ‘phos’와 운반한다는 뜻의 ‘phoros’가 합쳐져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물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이 발견된 역사를 보면, 어느 독일의 연금술사가 금을 만들어줄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기 위하여 대량의 자신의 소변을 가열하여 실험하다가 남은 하얀 가루로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이 소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므로, 식물 성장에 필수인 3대 요소 N(질소) P(인) K(포타슘)를 포함하는 인공 화학비료가 없던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나 동물의 소변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방식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인은 인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인은 흔히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핵심요소라고 한다. 왜 일까? 인산이 실제로 인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그 중요성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 DNA와 RNA 구조를 지탱하는 백본을 이룬다.
모든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는 DNA 구조안에 암호화되어 있고 RNA는 DNA에서 필요한 유전 정보를 복사하여 리보솜(Ribosome)으로 보내 특정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러한 DNA와 RNA의 구조를 지탱하는 외부의 나선형 골격을 인산과 오탄당이 연결되어 이룬다. 그 연결방식은 뒷부분에서 자세히 보도록하자.
2.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저장한다.
ATP가 인체가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질소 염기인 아데닌(Adenine)에 오탄당 리보스(Ribose)가 결합된것이 아데노신(Adenosine)이고, 다시 여기에 3개의 인산기를 달고 있는 것이 바로 이름 그대로 ATP(Adenosine tri-phosphate)이다. ATP가 음전하를 갖는 인산기를 무려 3개나 억지로 붙이고 있는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가해져 있으므로 이러한 인산 결합을 고에너지 인산결합이라고 한다. 서로 같은 극끼리 밀어내려는 힘을 눌러, 마치 스프링이 억지로 눌러져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에서 3개의 인산기 중 만일 하나라도 떼어낸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튀어나올 것이고, 이 에너지를 인체가 이용하는 원리이다. 이러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공장에서 세포호흡이라는 과정을 통해 ATP를 끊임없이 합성해 낸다. 이 과정에는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ATP 생성과정을 '세포 호흡'이라고도 부르는데, 어떤 이유든 우리가 숨을 쉴 수 없게 된다면 ATP를 만들 수 없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3.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대사 중간체들을 이룬다.
인산은 탄수화물과 지질의 대사에도 관여한다. 대표적 중간체들을 몇 가지만 꼽자면, 포도당을 분해하는 즉, 해당과정의 가장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포도당 6-인산(Glucose-6-phosphate: G6P)을 비롯하여 포도당을 피부르산으로 분해하는 중간 과정 중 하나인 디히드록시아세톤 인산염(Dihydroxyacetone phosphate: DHAP), 그리고 바로 마지막 전단계인 포스포에놀 피부르산(Phosphoenolpyruvate : PEP)등이 있다. 해당과정을 살펴보면 수많은 과정에서 인산이 등장함을 볼 수 있다.
4. 조효소와 보조인자를 구성한다.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각종 조효소를 만든다. 이름만 나열하여도 알 수 있을 만큼 인체 생화학 과정에서 너무나 중요한 NAD+, FAD, NADP, 코엔자임 A(CoA), 티아민 피로인산(Thiamine pyrophosphate)등이 포함된다.
5. 단백질의 인산화 생화학적 과정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장치이다.
DNA에서 RNA가 유전 정보를 복사해 리보솜이라는 공장에서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후 단백질은 폴딩이라는 과정을 거쳐 3D 입체 형태를 갖추게 되고, 그 형태가 바로 그 단백질의 기능을 규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합성 과정을 마친 단백질도 다시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인산화라는 과정이다. 세포 내 여러 과정에서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단백질을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억제시킬 수도 있는 그 강력한 메커니즘이 바로 인산화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사실은 인산화 과정을 아주 상세히 알기 위함이었다. 뒷부분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어보자.
6. 세포막 인지질의 구성성분이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세포막의 독창적인 구조와 기능에 찬사를 보내왔다. 내부의 세포질이 대부분이 물인 세포가 역시 수성환경인 외부와 분명하고 깔끔한 경계를 형성하여 자신의 영역을 선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세포가 지질 2 중층이라는 세포막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 얇디얇은 세포막이 외부와 차별성을 가지는 세포 고유의 아이덴더티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때, 인지질의 머리 부분이 물과 친한 극성을 가지는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극성을 띠는 수성환경과 갈등 없이 잘 어울린다.
세포막 인지질은 종류가 다양하다. 참고로, 위의 그림에서는 세포막 인지질의 소수성 머리 부분에 간단하게 인산만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인산에 다른 분자가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인산에 콜린(choline)이 결합된 형태인데, 이를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 PC)이라고 부른다. 또한 세포막에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지만,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2차 메신저로 역할하는 세포막 인지질 포스파티딜이노시톨(Phosphatidylinositol:PI)을 주목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인산에 이노시톨 당이 결합된 형태이고 향후 신호전달경로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1] Phosphorus
https://ods.od.nih.gov/factsheets/Phosphorus-Health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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