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화라디칼의 탄생
과산화수소가 모체?
삼중항산소가 출발점이 되어, 하나의 전자를 획득하여 슈퍼옥사이드음이온라디칼이 되고, 다시 또 하나의 전자를 얻어 과산화물이 된다. 바로 여기에 수소 양성자 두 개가 결합되어 과산화수소가 되는 과정들을 자세히 앞 글에서 살펴보았다.
과산화수소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외각 전자 6개로 출발하여 각각 전자를 하나씩 획득하여 8개가 되어 옥텟규칙을 만족시키고 또한 모든 전자가 쌍을 이루었으므로 더 이상 라디칼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과산화수소는 라디칼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다 할 수 있는 수산화라디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과산화수소가 수산화라디칼을 만들어 내지 못하도록 미리 사전에 차단시켜 버릴 수 있는 효소를 다행히도 우리 인체는 가지고 있다. 그것도 2개씩이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가장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이 수산화라디칼을 직접적으로 처리해서 중화시킬 방법은 없기 때문에 아예 그 탄생전단개에서 미리 봉쇄해 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미리 싹을 잘라 예방하는 셈이다.(갑자기 터미네이터가 떠오른다..)
펜톤반응(Fenton reaction)과 하버와 바이스의 반응(Haber and Weiss reaction)
수산화라디칼을 만들어내는 반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가장 잘 알려진 펜톤반응을 살펴보자. 과산화수소는 중앙에 두 개의 산소원자와 수소 양성자가 하나씩 양쪽에 결합된 구조인데 열과 같은 외부의 자극에 비교적 쉽게 그 결합이 깨어지는 성격을 가진다. 분열의 방식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이 균등하게 똑같이 반으로 절단된다. 이를 대칭적 결합분해(homolytic cleavage)라고 한다. 서로 하나씩 전자를 내어놓아 쌍을 만든 공유결합이 깨져버린 결과로 8개의 최외각전자가 7개씩이 되었으므로 짝이 없는 두 개의 라디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온과 라디칼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온은 전자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하고, 반면 라디칼은 쌍을 이루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위의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
주변에 있던 전이금속 2가의 철 Fe2+로부터 전자를 하나 획득한다. 철로부터 전자를 하나 받은 쪽 라디칼은 전자쌍을 이루었으니 안정적인 수산화이온이 되고, 나머지 라디칼은 수산화라디칼이 된다. 철이 산화되면서 촉매 역할을 한 반응인데 철과 마찬가지로 2가의 전이금속 구리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과산화수소가 우리 몸 안에서 철을 만나 수산화라디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반응을 펜톤반응(Fenton reaction)이라고 한다. 또한 이때 전자를 잃고 3가의 양이온 Fe3+이 된 철은 다시 슈퍼옥사이드라디칼과 결합하여 환원되어(전자획득) 원래의 Fe2+로 돌아가 과산화수소와 반응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반응을 모두 통틀어 네트 화한 것을 하버와 바이스의 반응(Haber and Weiss reaction)이라고 하며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철이온과 슈퍼옥사이드음이온라디칼이 우리 혈액 내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우리 인체 내에서 수산화라디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수산화라디칼은 물이 감마선을 조사하여 발생시킬 수도 있다. 낮동안 태양의 방사선이 오존을 광분해(photolysis)하여 형성된 산소원자의 일부가 물(수증기)과 반응하면서 수산화라디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수산화라디칼은 대기권의 오염물질을 산화시켜 대기를 청소하는 가장 중요한 라디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대류권의 일산화탄소와 메탄과 반응하여 파괴된다.
수산화라디칼은 주변의 물질들과 반응하는 속도와 그 과감성으로 악명을 얻게 되었다. 우리 인체 내에서도 단백질, 지질, 핵산 등의 생체분자들과도 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은, 세포막의 파괴, 단백질 구조 및 기능의 변화, DNA의 돌연변이로 이어질 수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될 경우 이러한 손상은 세포 기능 장애에 기여할 수 있으며 노화 및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 조금씩 가랑비에 속옷이 젖어들듯 주변의 세포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 싯점에서 수산화라디칼이 어떻게 인체의 위험한 역할을 하는지 한 가지 구체적인 실례로서 지질과산화 과정을 살펴보자.
지질과산화(Lipid Peroxidation)
수산화라디칼의 위험성을 예시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질과산화이다. 활성산소와 관련된 연재글 첫 번째에서 라디칼의 무서운 연쇄반응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다. 수산화라디칼이 지질과 만나 대책 없는 연쇄반응을 버려 어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지질로 구성되는 여러부위중 세포자체의 막은 물론 세포 내의 여러 소기관들을 각각 에워싸고 있는 막(cell membrane) 성분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인산으로 된 머리 부분과 지방산으로 된 꼬리 부분이 이중으로 구성된 인지질 (Phospholipid)이다. 머리부분은 친수성, 즉 물을 좋아하지만 지방산은 물과 들뜨기 때문에 바깥쪽은 머리 부분이 안쪽은 지방산 부분끼리 서로 맞닿아서 지방산은 안쪽에 위치에 세포 내 수분과 가급적 만나지 않는다. 가장 보기 쉽게 잘 표현한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아래 그림) 이 지방산에는 이중결합이 있는 다중 불포화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s: PUFA ex 오메가 3와 6)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이중결합 부분이 지방산의 꺾이게 되는 이유이고 이를 통해 인지질이 보다 유연하고 유동적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불포화지방산의 이 중 결합 사이사이에 위치한 메틸린 브릿지(methylene bridge), -CH2 이다. 이는 반응성이 큰 수소분자 둘을 가지고 있는데 라디칼들이 이 부분을 공격하여 전자를 빼앗아 가고, 그 결과로 불포화지방산 지질을 라디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지질과산화는 개시, 전파 그리고 종결의 3단계를 거친다.
1. 개시단계(Initiation)
수산화라디칼이 세포막 지질을 일부인 다가불포화지방산(LH)을 공격하여 수소원자를 뺏아 물을 만들고 불포화지방산을 지질라디칼로 만든다.
다시, 지질라디칼은 주변의 산소와 결합하여 또다른 라디칼인 지질퍼옥시라디칼을 생성한다.
2. 전개단계(Propagation)
지질퍼옥시라디칼은 다시 주변의 다른 불포화지방산지질(LH)을 공격하여 과산화지질(LOOH)이 되고 그 지질을 지질라디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질라디칼은 위의 개시 단계를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어 주변의 모든 지질을 라디칼화한다.
더불어, 이렇게 만들어진 과산화지질(LOOH) 은 주변의 2가 또는 3가의 철 Fe2+나 Fe3+와 반응하여 지질이 산소와 결합된 알콕실 라디칼(Alkoxyl radical)을 생성하여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을 공격하여 과산화지질연쇄반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3. 종결단계(Termination)
무수히 반복된 연쇄반응으로 라디칼의 농도가 너무나 올라가게 되면 결국은 라디칼끼리 반응하는 시점에 도달한다. 라디칼끼리 결합하여 비라디칼을 생성하여 연쇄반응이 종결된다. 연쇄반응이 종결되었으므로 라디칼을 더 만들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과산화지질들은 지질의 세포를 손상할 수 있는 위험이다. 이 손상의 심각도는 세포막 유동성의 감소로부터 인지질 이중층의 무결성이 완전히 붕괴되는 정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산화지질들은 철, 구리와 같은 금속이온과 반응하여 위험성이 높은 고 반응성 알데하이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알데히드가 단백질, 핵산 및 글루타티온(GSH)과 반응하여 말론알데히드(Malondialdehyde : MDA)나 4-히드록시-2-노네날(4-hydoxy-2-nonenal : 4-HNE)과 같은 위험한 부가물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지질과산화의 최종산물인 이들 유독 알데하이드들은 콜레스테롤 산화를 야기하여 동맥경화증과 심혈관계 질병을 야기할 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DA는 농도를 통해 지질과산화의 진척상태를 측정하는 바이오마커로도 활용된다.
항산화효소와 항산화물질의 역할
인체는 수산화 라디칼의 공격으로부터 출발한 지질과산화에 맞서 대항할 대처방안을 갖고 있을까? 먼저 다양한 항산화 효소들의 활약을 통해, 원초적으로 수산화라디칼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옥사이드라디칼을 과산화수소로 전환시켜 이를 무해한 물로 전환시켜 수산화라디칼의 탄생 자체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있고, 더불어 불행히도 라디칼의 연쇄작용으로 지질과산화가 일어날 경우라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항산화물질을 통해 이를 막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이러한 라디칼들이 일으키는 산화스트레스와 맞서 싸우는 우리 인체 내의 방어체계인 항산화 효소들과 항산화물질들의 활약을 다루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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