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ROS)관련

ROS: 자유라디칼은 필요악(necessary evil)인가.

Jo. 2024. 3. 10. 09:03

자유라디칼은 필요악인가?

1956년, 자유 라디칼 노화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Denham Harman은 자유 라디칼을 모든 생명체가 노화하는 원인이라는 가설을 기반한 이론을 전개하면서 자유 라디칼을 "악의 판도라 상자"라고 묘사했다. [1] 이후 많은 연구가 꾸준히 계속되어 21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생물들이 이 자유 라디칼들과 불편한 공생에 잘 적응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실 오히려 이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메커니즘도 개발해 왔음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혈관 톤(tone) 조절, 산소 텐션도 감지, 산소농도로 제어하는 기능들의 조절, 림프구의 항원 수용체를 포함한 다양한 막 수용체로부터의 신호 전달 강화, 산화 스트레스 반응으로서 환원 산화 균형 유지 등이 그것들이다. [2] 1985년 독일의 생화학자 Helmut Sies가 처음 '산화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산화제와 항산화제 방어 간의 불균형이 생물학적 시스템에 끼칠 수 있는 손상이 부각된 이래, 이는 산화환원 생물학(Redox biology)분야로 한 단계 발전하여 생리학적 산화 환원 신호 전달 개념으로 진보하여 병리학 측면에서 연구되어 왔다 [3].즉, 자유라디칼은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꼭 필요한 존재임이 밝혀져 온 것이다. 

 

산화스트레스의 정의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와 조직에서 반응성 종들의 생성 및 축적과 이러한 반응성 생성물을 해독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의 능력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포, 조직 또는 신체 전체에서 중화되거나 해독, 제거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자유 라디칼이 생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4]. 또한 이러한 산화물질과 항산화물질 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산화환원반응의 신호와 그 조절이 교란되거나 또는 분자적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5].

 

우리 인체를 지키기 위한 면역반응과,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생산, 세포 간 신호전달 등의 여러 생리학적 역할을 매일매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달갑지 않은 부산물들이 활성산소이다.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노화, 그리고 과다한 운동들 역시 활성산소를 생성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이렇게 불가피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에 대한 자체 대처방안도 준비되어 있어 다행히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신비로운 우리 인체는 그 둘 사이에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설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는 그러하다. 문제는 밸런스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인체 내 대사활동과 아무 상관없는 외부적 요인들도 있다. 과도한 자외선, 전리 방사선, 생체이물질(ex 항염증제), 환경오염, 중금속, 약물, 화학물질,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흡연, 알코올 섭취를 통해 ROS가 생산될 수 있다. 물론 이들은 피하려 노력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진다면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우리는 앞선 글들에서 하나의 전자(electron)가 단계적으로 산화되면서 다양한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았고, 이들을 신호전달물질로 활용하고 인체에 끼칠 수 있는 해를 미리 약화시키기 위한 해독장치로서 여러 항산화효소들의 기전들도 살펴보았다. 또한 인체의 항산화효소와 아울러 항산화 효과를 가진 항산화물질들 간의 항산화네트워크도 다음글에서 다룰것이다. 이를 통해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모두가 그 자체로서 담당해야 할 의무와 역할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항산화제를 과신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이 아님도 인식하게 되었다. 균형을 잃지 않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다.

 

ROS의 적절한 농도는 세포 기능의 발현에 필수불가결한 반면, 과도한 농도의 ROS는 DNA, 지질, 단백질과 같은 세포 거대분자, 즉 유기체의 모든 세포 조직에 손상을 주어 결국 괴사 및 세포 사멸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단백질이 산화되면 단백질의 형태를 변형시켜 효소의 활성을 손상시키거나 손실시킬 수 있다. DNA는 매일 자연적으로 상당한 산화손상을 겪는데 인간의 경우 하루에 세포 하나당 무려 10,000회[6]에 걸쳐 산화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체는 염기절제술을 통한 복구, 뉴클레오티드 절단을 통한 복구 등 7개의 복구 경로가 장착되어 손상 시 활성화된다. 또한, 과도한 수준의 DNA 손상이 있을 시에는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Apoptosis)을 유도하는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어 유전적 오류의 전파를 방지하고 조직의 무결성을 유지시킨다. 지질이 산화되는 대표적인 것이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의 불포화지방산의 산화이다. 이러한 지질과산화가 치명적인 것은 바로 라디칼 연쇄반응으로 인해 매우 빠른 확산을 통해 많은 양의 지질분자를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균형이 깨어져 발생하는 산화스트레스, 즉 과다한 활성산소와 관련하게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질병이나 증상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산화스트레스와 관련 질병들

암과 산화스트레스

산화성 DNA 손상이 암 발생을 야기하는 자극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암은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염색체 이상이 생기거나 종양유전자가 활성화됨으로써 진행된다. DNA 산화로 DNA 염기가 가수분해되는 것은 암 진행에서 가장 암과 관련된 주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생리학적 전사체 프로필이 변경되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정상적인 세포 성장이 저해된다. 산화 스트레스는 또한 DNA 구조 변형, DNA-단백질 교차 결합, 가닥 절단 및 염기가 없는 부위 형성과 같은 다양한 변형을 야기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과 산화스트레스

심혈관계 질환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원인은 한 가지 중요한 병리적 기전, 즉 산화 스트레스를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7] 산화 스트레스는 죽상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의 주요 초기 현상인 내피 기능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혈관내부를 덮고 있는 세포층인 내피가 지나친 ROS로 손상되면 혈관 확장 장애, 혈관 염증 증가, 혈관 투과성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산화 스트레스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산화를 촉진시켜 내피 세포에 더 큰 손상을 입혀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을 촉진한다. 죽상동맥경화로 결국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될 경우, 개별 혈관이 담당하고 있는 장기로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 그리고 신장으로 가는 신동맥 등에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뇌졸중, 신부전 등의 무서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경병증과 산화스트레스

산화 스트레스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기억 상실, 우울증을 포함한 신경 질환과도 관련 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에서 수많은 실험 및 임상 연구를 통해 산화 손상이 뉴런의 손실과 치매로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ROS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성 펩타이드인 β-아밀로이드(ß-amyloid)를 생성시켜 신경퇴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 증가된 산화스트레스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9]

 

당뇨병과 산화스트레스

당뇨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내 베타세포가 공격받고 파괴되어 인슐린 호르몬을 거의 또는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자가면역 질환인 제1형 당뇨병과 세포가 인슐린 효과에 대한 저항성을 가져 세포 내로 충분한 당이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내에 존재하면서 대사장애를 일으키는 제2형 당뇨병이 있다.  요즘에는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 모두의 발병 기전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관여함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10] 산화스트레스가 베타세포를 손상시킬 수도 있고,  포도당 대사와 관련된 세포 신호 전달 경로를 교란시키고, 정상적인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염증을 촉진할 수 있으며, 또한 세포 내에서 혈당 조절에 중요한 구성 요소를 직접 손상시킴으로써 인슐린 저항성 발생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폐질환과 산화스트레스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COPD), 천식, 폐암 등도 폐의 산화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경우, 담배연기, 대기오염 그리고 가정 내의 실내 공기오염으로 점막 염증들이 생기면 폐는 이에  대처하고자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호중구나 대식세포의 과다한 ROS 생산은 산화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산화스트레스의 결과로 발생한 만성 염증, 세포 노화 및 폐 노화 가속화, 자가면역, 말초 기도가 굳는 섬유증, 점액 과다분비 등은 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11]

 

신장질환과 산화스트레스

산화스트레스는 사구체 및 간질성 신장염, 신부전, 단백뇨, 요독증과 같이 신장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 신장은 ROS 생성으로 인해 산화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염증 세포의 유인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산화스트레스 자극이 신장 조직에 만성적으로 작용하면 초기의 염증반응이 이후에는 장기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섬유조직의 형성으로 이어져 잠재적으로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산화스트레가 관련된 것으로 발표된 수많은 증상들이 있다. 노화와 그로 인한 근감소증 [12], 류머티즘 관절염, 성 조숙증, 백내장과 망막질환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이 산화스트레스와 각종 질병과의 관계는 수많은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며 그 어떤 부분도 확고하게 단정 짓거나 확정된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The devil is in the dosage.

 

어쩌면 필요악이라는 말이 프리라디칼들을 가장 잘 묘사한 말일수도 있다. 무조건 인체에 해롭고 억제해야만 하는 나쁜 물질로 매도해서도 안되고,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을 넘어 과도해지도록 방치해서도 안 되는 그야말로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지킨다면 우리는 굳이 활성산소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렵채취시절, 더 가까이 농경생활을 하던 수세기 전에도 인류가 활성산소를 염려하고 살았을까 의문스럽다. 산화스트레스와 관련하여, 발달된 문명과 함께 도래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바꿀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포용하고 살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편리함을 희생한다면 피할 수 있는 것 들도 있다. 그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또한 지나침이 없이 적절한 선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늘... 밸런스가 핵심이다. The devil is in the dosage.... 그 양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참고 논문]

[1]  Free radicals, oxidative stress and the Pandora box

https://www.medigraphic.com/cgi-bin/new/resumenI.cgi?IDARTICULO=100790 

 

[2] Free Radicals in the Physiological Control of Cell Function

https://pubmed.ncbi.nlm.nih.gov/11773609/

 

[3] Targeting oxidative stress in disease: promise and limitations of antioxidant therap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73-021-00233-1

 

[4] Oxidative Stress: Harms and Benefits for Human Health

https://www.hindawi.com/journals/omcl/2017/8416763/ 

 

[5] Oxidative Stress: Concept and Some Practical Aspects

https://www.mdpi.com/2076-3921/9/9/852

 

[6] Oxidants, antioxidants, and the degenerative diseases of aging.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7258/

 

[7] Impact of Oxidative Stress on the Heart and Vasculature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735109717374880

 

[8] Free Radicals, Antioxidants in Disease and Health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614697/

 

[9] Oxidative Stress in Autism Spectrum Disorder—Current Progress of Mechanisms and Biomarkers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921264/

 

[10] Diabetes mellitus and oxidative stress—A concise review

 

[11] Oxidative Stress in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9138026/

 

[12] Oxidative stress, aging, and diseases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927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