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로방향: 족(group, 族)
앞에서 가로의 주기가 전자껍질에 개수에 따른 분류임을 보았고, 원자번호에서 알 수 있는 전자의 개수를 전자껍질과 오비탈에 채워나가는 순서를 아주아주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세로방향은 무슨 공통적인 성격으로 묶어놓은 것일까? 원자가 최외각 전자(原子價電子) 수에 의한 것이다. 전자를 차례로 채워나갔을 때 마지막 제일 바깥 껍질에 있는 전자로서 화학반응에 직접 참여하는 전자를 원자가 전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가 8인 산소는 첫 번째 껍질(K껍질; 1s2)에 2개, 두 번째 껍질(L껍질; 2s2, 2px2, 2py1 spz1)에 6개 총 8개를 채웠다. (주 1] 물론 이 규칙도 예외가 있다.) 이때 최외각껍질은 L껍질은 총 6개로서 원자가 전자가 6개이다. 주기율표상에서 산소는 16족으로서 그 일의 자리인 6이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옥텟규칙(Octet rule)
여기서 우리는 옥텟규칙이라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라틴어로 8을 의미하는 octo를 떠올리면 이것이 8과 관련되었음 예상할 수 있다. 이 규칙은 주로 2주기 원자에 적용되는 경험적인 규칙으로, 최외각 껍질에 8개의 전자가 위치할 때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되더라는 것이다. 비활성 기체라고 불리는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은 18족의 원자들로서 최외각 껍질이 8개로 꽉 차 아주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주위의 다른 원자들과의 반응성이 아주 낮다. (헬륨은 원자번호 2로서 첫 번째 껍질을 전자 2가 꽉 채워 안정된 상태이다.) 이처럼 원자들이 비활성 기체처럼 안정된 상태가 되기 위해 최외각에 전자를 8개로 채우고자 하는 성향을 옥텟규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6족인 산소의 경우 최외각 껍질에 원자가 전자가 6개이므로 8개의 안정적인 상태가 되려면 전자가 2개 모자라는 상황이다. 어디선가 2개를 끌어와 안정을 이루고 싶을 것이다. 모자라는 쪽이 있다면 아마 남아돌아 골치인 원자도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Mg의 경우 원자번호 12로서 2족에 속한다. 2족이라는 것은 원자가 전자가 2라는 뜻이다. 그 전자배치를 보면 첫 번째 K껍질에 1s2, 두 번째 L껍질에 2s2, 2px2, 2py2 spz2, 그리고 3번째 M껍질에 3s2를 가져 총 전자개수 12개이다. 이를 형상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8개가 되려면 6개가 부족한데 이럴 땐 차라리 두 개를 던져 줘 버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족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최외각 원자가 전자의 이러한 경향에 의거하여 원자 간의이온결합과 공유결합, 그리고 금속결합이라는 3대 화학 결합이 이루어지게 된다.
1. 이온결합
이온결합은 주로 전자가 1개 또는 2개를 잃어버리고 싶어 하는 1족, 2족과 전자 1개 또는 1개가 필요한 16족과 17족에서 발생한다. 1족은 알칼리 금속이고 2족은 알칼리토금속이므로 이온결합은 주로 금속과 비금속간의 결합이라고들 말한다. 이들을 결합시키는 힘은 전기력이다. 전자를 잃은 양이온과 전자를 얻은 음이온이 전기적인 힘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2. 공유결합
공유결합은 부족한 전자 수만큼 서로가 내어놓고 함께 공유하는 결합이다. 마지막 전자껍질에서 궤도가 겹치는 것이다. 아래 수소 원자가 전자를 하나씩 내놓고 함께 공유하여 두 원자 모두 전자를 두 개 가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 황화수소 H2S도 마찬가지이다. 분자를 이룰때 흔히 볼 수있는 결합이다.
3. 금속결합
금속의 최외각 전자들은 원자로부터 이탈되어 원자핵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원자 주변을 떠다닌다. 아연을 예를 들어보자. 아연은 떨어져 나간 2개의 전자와 2가의 양이온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아연 금속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다면 수많은 전자들이 이 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전자의 바다 또는 전자의 구름과 같은 아래 그림의 모습을 이룬다. 이 모든 아연 양이온들은 전자들을 다 함께 공유하게 되고 전자는 특정 양이온에 구애되지 않는다.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며 존재하다가 아연 양이온들과 음전하를 띠는 전자 바다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에 아연 양이온이 3차원 구조로 결합되어 고체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결합적 특징이 금속의 여러 성질을 설명해 준다. 전자가 자유로이 이동하므로 전기가 잘 흐르는 전도체가 될 수 있고, 입자들이 모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만일 한쪽에 압력을 가한다면 모든 입자들이 그쪽으로 움직여 휘어지기도 한다. 또한 금속 양이온 층이 금속결합을 끊지 않고 서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대장간에서 망치로 마구 두들겨서 얇게 펴 만들 수도 있다. 자유전자들에 빛이 반사되어 광택도 가진다. 금속결합은 상당히 강한 결합이라 이를 끊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따라서 끓는점, 녹는점등이 모두 높은 특징도 가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금속 결합의 꽃은 합금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입자의 이동성이 다른 금속들이나 물질들과의 혼합을 가능하게 한다. 구리에 주석을 혼합하여 만든 청동을 생각해 보라. 철에 탄소를 혼합하면 더 단단한 강철이 되고, 철에 크롬을 혼합하면 녹이 잘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가 되는 것도 모두 이러한 금속 원자의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여기까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를 살펴보았다. 주기율표를 통해 전자껍질과 최외각 원자가 전자수부터 고찰해 본 이유는 명료하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납득하기 위한 시도를 위한 준비운동을 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유기물질들로부터, 숨을 들이쉬고, 발걸음을 떼고, 소화를 하고, 에너지를 창출하는 모든 생명현상에 이르기까지 그 가장 중심에 있는 원자들의 원리를 깨치치 않고 현실의 원인과 결과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더 깊고 넓게 접근한다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수많은 예외들도 존재하겠으나,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틀은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 이러한 이해를 첫걸음으로 시작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 전자들이 우리 생활에서 특히 우리 인체 내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 지속적으로 공부해 볼 계획이다.
주 1] 물론 4주기와 5주기에서 각각 3d와 4s의 순서가 바뀌거나 4d와 5s의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족에 따른 최외각전자수의 규칙을 지키기도 한다. 링크에 상세 내용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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