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 원자부터 다시 공부하자.
인체와 관련된 공부를 하다 보면 맞부딪히는 벽이 있다. 화학이다. 그것도 기초 화학. 중고등학교 때 문과라는 이유로 그토록 박대했던 이들이 결국은 나를 반격한다. 이것이 바로 카르마인가.
기초적인 화학 지식이 없이 유기물이나 생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물론 어느 선까지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히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많이 있다. 뭔가 하나가 잘 이해가 안 가거나 납득이 안되면 진도를 못 나가는 앞이 꽉 막힌 나 같은 사람은 그 답답함을 이길 수가 없다. 대체 왜? 이건 또 머지?? 언젠가는 내가 그 바닥까지 끝까지 함 가볼 테다라는 오기가 생길 때도 있고...
건강 관련 글들을 읽을 때마다, 내 반려동물 이름만큼이나 자주 듣게 되는 "산화"를 예로 들어보자. 산화가 해롭다. 산화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다.. 등등. 유명한 노래의 후렴구처럼 끊임없이 자주도 되풀이하여 듣는 "산화"와 "산화 스트레스"의 기전을 자세히 알고 싶어 진다. 순수한 학문적 차원이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에서의 이해를 위해서. 이것이 이해가 되어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항산화"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논문을 접할 때마다 보게 되는 각종 화학적 반응들, 화학식, 특히 물질대사와 관련한 다양한 작용기들은 개념이 안 잡혀 골치를 주는 것들이다. 제대로 좀 알고 싶어 진다. 틈틈이 공부하고 정리하고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내가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내가 이해를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해하지 않고서 글을 남길 방법은 없으니까. 또다시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 들뜨고 불안하고 하지만 희망을 품고.
산화를 이해하면, 세포호흡 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 호흡과정은 조효소와 화학결합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전자들의 이동이다. 전자를 잃고 받고 이과정을 통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초장기에는 산화를 산소를 얻는 것으로 정의했으나 산소가 관여하지 않아도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전자를 잃는 것 역시 산화로 정의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자를 잃고 얻는 즉, 산화와 환원 반응을 통해 인체가 작동한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원자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아주 겸손하고 단정한 자세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은 아닐까?
원자의 구성 식구들
원자. 원자는 영어로는 atom.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순물질의 기본 입자. 원자는 단순하게 보자면 중앙에 원자핵을 가지고 있고 그 주변을 전자들이 돈다. 현재까지 알려지고 밝혀진 바로는, 원자핵은 각각 3개씩의 쿼크(quark)로 구성된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로 이루어져 있다. 양(+) 전하를 가지는 양성자와 음(-) 전하를 가지는 전자의 수가 같아야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므로 각 원자 내 양성자와 전자의 수는 같다. 그리고 이 개수가 바로 그 해당 원자의 고유 원자 번호가 된다.
같은 극의 양성자가 모여있는 원자핵에서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성질이 강하므로 이를 보안하여 붙어있게 하기 위해 중성자가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양성자가 하나인 수소는 중성자가 없다. 빅뱅과 함께 가장 먼저 만들어진 수소. 현재도 우주의 90%를 차지하는 원소. 이 수소는 원자번호가 1이다. 양성자와 전자 각각 1개만 존재하는 가장 간단한 원자. 주로 전자를 잃고 다녀 아예 수소 양성자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산화부터 세포 호흡에 이르기까지 수소의 역할은 참으로 대단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정말 중요한 원자임을 깨닫는다.
주기율표와 나
고등학교 시절 주기율표를 외워보라고 충고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하긴, 용비어천가나 시조들도 달달 외우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왜 그리 그 말이 충격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들렸었는지... 엄청난 원리와 비밀(?)이 들어있는 것이 바로 이 주기율표인 것을 그때는 왜 깊이 있게 깨닫지 못했는지 아쉽다. 주기율표의 가로와 세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잘 이해하면 세상을 이루는 물질들의 큰 그림을 이해하기가 더 쉬어졌을 텐데. 이 원자들을 기본 재료로 수많은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화학결합의 3가지인 방법, 즉 금속결합, 이온 결합, 그리고 공유결합도 이 주기율표로 설명이 된다. 왜 원소들이 다른 원소와 결합하려고 하고,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좀 더 쉽게 수긍하게 된다. 과학에도 상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주기와 족
원자번호가 커짐에 따라 성질이 비슷한 원소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므로 이를 기준으로 원소들을 배열해 놓은 주기율표. 그 비슷한 성격은 세로 열방향(족)으로는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몇 개의 전자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분류하고, 가로 횡방향(주기)으로는 몇 개의 전자껍질을 가지는가에 따라 분류해 모아놓은 것이다. (이런 규칙을 발견한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적어도 이해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할 수 있다.) 내 보잘것없는 화학 지식으로 보자면, 전자가 화학의 가장 중심에 있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한 원자를 그 원자이게 만드는 것,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 전자를 받고 버리고, 전자가 이동하고, 등등.... 따라서 모든 것이 이 전자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다음 글에서 주기와 족에 따른 전자의 특성을 각각 더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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