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헤파린(Heparin)과 헤파란 황산(Heparan sulfate)
앞서 히알루론산, 콘드로이틴 황산, 그리고 더르마탄 황산, 그리고 케라탄 황산이 형성되는 결합 구조를 살펴보았다. 아미노당과 당산으로 이루어진 이당류 세트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 GAG의 종류로서, 히알루론산은 글루쿠론산과 N-아세틸글루코사민(GlcA + GlcNAc)으로, 콘드로이틴 황산은 글루쿠론산과 N-아세틸갈락토사민(GlcA + GalNAc)으로, 더르마탄 황산은 이두론산과 N-아세틸갈락토사민(IdoA + GalNAc)으로, 그리고 케라탄 황산은 당산 없이 N-아세틸글루코사민과 갈락토스(GlcNAc + Gal)로 이루어진 이당류들이 반복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히알루론산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다양한 위치에서 황산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의 구성(다채로워진 참여자 라인)
지금부터 다룰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은 이들 보다는 좀 더 복잡하다. 이당류를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단당류가 살짝 더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당산(우론산) + 아미노당’이라는 기본적인 조합의 틀은 같으나, 서로 에피머 관계에 있는 글루쿠론산과 이두론산이 모두 가능하여 둘 중 하나가 참여하고, 아미노당인 글루코사민(GlcN)의 경우도 아미노기가 아세틸화되어 N-아세틸 글루코사민(GlcNAc)이 되거나, 또는 아미노기가 황산화되어 N-황산화 글루코사민(GlcNS)으로 변형되어 이당류 합성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하는 재료의 수가 더 많아졌으니 그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조합의 수와 구성이 훨씬 더 많아지고 다채로워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황산화가 일어날 수 있는 위치까지 매우 다양하니 앞선 GAG들처럼 표준적인 패턴을 그리는 것은 매우 어렵겠다. (그래서 도식으로 상세히 표현하는 것은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설명할 펜타사카라이드 서열이라는 것이 이당류로 연결된 긴 사슬 중간중간에 나타나면서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의 분자 구조는 참으로 다양한 구조로 존재할 수 있고, 또 그것은 그만큼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을 구성할 수 있는 이당류 합성 조합을 도식으로 아래에 상세히 나타내보았다.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을 구성하는 당산(우론산)은 모두 β-형이고 아미노당은 α-형으로 당산과 아미노당간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이당류는 β(1→4) 결합을, 이 들 이당류 간의 결합은 α(1→4)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의 유사점과 차이점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은 매우 비슷하여 주로 함께 다루기도 한다. 구성성분도 약간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 둘간의 가장 큰 차이는 황산화의 수위라고 할 수 있다. 헤파란 황산에 더 빵빵한 황산화를 가해 변형시킨 버전을 헤파린으로 보기도 한다. [1] 헤파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강력한 황산화로서 생물학적 거대 분자 중 가장 높은 음전하 밀도를 가진다고 한다. 헤파린이 각 이당류 하나 당 약 2.7개의 황산기를 포함하는 반면, 헤파란 황산은 이당류당 1개나 그 이하의 황산기를 포함하여 훨씬 황산화정도가 낮다. [2]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황산화패턴이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이 생체내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헤파린은 혈전증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항응고제로 가장 많이 알려져있고, 헤파란 황산 역시 항응고 작용을 한다. 거의 모든 조직의 내피세포(endothelial cells)의 세포막과 세포외기질에 항상 존재하면서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지만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항응고 작용을 하는 헤파란 황산과는 달리 헤파린은 평상시에는 혈류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헤파린은 비만세포(mast cell)와 호염기구(basophil)와 같은 면역세포들의 과립 안에 히스타민과 함께 들어있다가 이 면역세포들이 염증반응이나 면역반응에 투입되어 활성화되면, 과립이 터지면서 혈류로 방출되어 나와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고 혈액을 묽게 만들어 염증 부위에서 혈액이 잘 흐르도록 함으로써 혈류가 차단되지 않게 한다. 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염증 부위로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보조하여 면역세포들의 방어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헤파란 황산은 상시적인 항응고작용을, 헤파린은 응급상황에서 방출되어 즉각적으로 강력한 항응고 작용을 한다.
이들의 항응고 매카니즘을 이해하려면 인체 내 지혈과 응고가 이루어지는 과정들(hemostasis)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주제에 대한 별도의 글을 참조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헤파린과 헤파란 황산의 역할을 간단히 말하자면 항트롬빈III(Antithrombin III, ATIII)과 결합하여 2가지 핵심적인 혈액 응고인자를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헤파린이 항트롬빈III에 결합하여 활성화시키면 그 기능이 매우 강화되고 효과가 더욱 강력해진다. 헤파린이 항트롬빈 III에 매우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고도의 황산화를 통해 띄게 된 막강한 음전하 덕분이다. 헤파란 황산의 항응고 효과가 상대적으로 훨씬 약한 것도 황산화 수위가 낮아 항트롬빈III과의 결합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헤파린에는 황산화된 이두론산(IdoA2S)과 황산화된 글루코사민(GlcNS6S)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헤파란 황산의 주요 구성성분은 주로 글루쿠론산(GlcA)과 N-아세틸글루코사민(GlcNAc)이다. 둘 간에 황산화 정도가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이다.
혈액 응고 2: 2차 지혈(트롬빈의 피브린 망사 형성을 통한 혈전 형성)
혈액 응고 3: 혈전의 섬유소용해(Fibrinolysis)단계와 응고억제 기전
항트롬빈(ATIII, Antithrombin III)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주요 단백질 항트롬빈(ATIII, Antithrombin III)은 간에서 만들어져 혈장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트롬빈(thrombin)은 혈장 속에 존재하는 응고 인자로서 평상시에는 비활성 상태의 전구체인 프로트롬빈(prothrombin)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응고 경로(cascade)가 시작되면 경로의 마지막 단계에서 활성화되어 손상된 혈관 부위에 모여든 혈소판을 단단히 묶어주기 위해 피브리노겐(fibrinogen) 단백질을 젤 같은 형태의 섬유소인 피브린(fibrin)으로 만든다. 이후 피브린들이 서로 엉켜 붙어 피브린 망사(fibrin mesh)를 형성하여 그 안에 혈소판을 가두어 혈전이 형성된다. 항트롬빈III은 트롬빈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세린프로테아제 억제제 계열에 속한다. 응고 캐스캐이드는 인자(factor)들을 분해하여 단계별로 활성화되어 다음 단계의 인자를 활성화시키면서 진행되는데, 항트롬빈은 그중 핵심적인 두 인자인 트롬빈(인자 IIa)과 인자 X(여기서 II과 X는 로마자로 2와 10을 의미함)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다. 이때 항트롬빈III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저 응고 인자들과 결합하는 속도가 매우 느려 항응고 효과가 미미하지만 헤파린과 결합하게 되면 항트롬빈III의 입체구조가 변화하여 응고인자 억제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 기전이다.
펜타사카라이드 서열(pentasaccharide sequence)
따라서 헤파린이 항트롬빈III과 얼마나 잘 결합하는가가 관건이고, 이는 곧 헤파린의 황산화와 직결된다. 황산화로 강한 정전기적 결합이 가능해지고 황산화 패턴이 결합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에서 헤파린을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들을 살펴보았는데, 헤파린 구조 내부에는 일반적인 헤파린 구조보다 훨씬 더 높은 정도의 황산화 패턴을 갖는 특별한 펜타사카라이드 서열(pentasaccharide sequence)이라는 부위가 있다. 바로 이 부위가 높은 음전하를 통해 항트롬빈III과 강하게 결합하는 지점으로서 결합 시 그 입체구조가 변화하여 인자Xa에 대한 친화성을 갖게 하여 공유결합을 형성시키고 인자를 불활성화시켜 버리게 된다. 이 매우 특이적인 5개의 단당류 서열은 전체 헤파린 사슬 중 약 1/3 정도(또는 30%)에서 나타난다. 항트롬빈III와 결합하여 그 기능을 활성화시켜 주고 강화시켜 주는 것이 헤파린의 항응고제로서의 역할이므로 이 5개의 독특한 서열은 항응고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부위라 하겠다.
UFH(미분획 헤파린) Vs LMWH(저분자량 헤파린)
심혈관 의학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응고제 및 항혈전제인 헤파린은 동물조직에서 분리하고 정제하여 만들어지는 천연제품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탄수화물 약물중 하나이다. 헤파린은 분자 크기와 구조적 특성을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형태 즉, 미분획 헤파린(unfractionated heparin, UFH)과 분획된 저분자 헤파린(Low Molecular Weight Heparin, LMWH)으로 나눈다. 보통 헤파린이라고 하면 미분획 헤파린을 의미하며 미분획 헤파린에서 분리된 작은 분자로 구성된 것이 저분자 헤파린이다. 기본적으로 크기가 다르다. 헤파린의 분자가 크고 사슬이 길다면 강력한 음전하를 가진 고친화성 서열인 펜타사카라이드 서열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이고 이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응고 인자를 제어할 수 있다. 반면 저분자헤파린은 주로 인자X(Factor Xa)를 억제하는데 작용한다. 분자량이 크면 정확한 용량조절이 힘들고 출혈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고, 분자량이 적으면 약물반응도 예측하기 쉽고 출혈의 위험도 낮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헤파린은 급성혈전증과 같은 응급한 상황에 많이 쓰이는 약제로 상황에 맞게 두 형태 중 선택하여 사용한다. 돼지의 장점막과 같은 동물조직으로부터 분리하고 정제한 이 두 유형과 달리 친화력이 강한 펜타사카라이드만 따로 포함하여 인공적으로 합성한 항응고약물도 있다.
위의 3가지 유형의 항응고제 약물간의 간단한 비교를 표로 참고를 위해 작성해보았다.
[참고 자료]
[1] Heparin, Low Molecular Weight Heparin, and Non-Anticoagulant Derivatives for the Treatment of Inflammatory Lung Disease
https://www.mdpi.com/1424-8247/16/4/584
[2] Heparin and Heparan Sulfate: Analyzing Structure and Microheterogene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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