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 신경계 관련

신경세포의 활동전위 생성: 전기화학적 신호

Jo. 2024. 6. 20. 06:36

앞글에서 흥분성 세포, 즉 근육세포, 신경세포, 그리고 일부 분비세포들이 전기를 만들어 신호를 보낸다고 하였는데 이때 관여하는 이온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고 전기 생성 방식도 조금 다르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신경세포가 전기를 만들어 신호를 전송하는지 살펴보자. 

 

신경세포의 신호: 보고와 명령

신경세포가 신호 전달을 목적으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라는 전압을 만들게 하는 촉발점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말단의 감각신경이 다양한 수용체들을 통해 신체의 외부 및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감지했을 때 이 자극을 신호로 변환하여 중추신경계를 경유하여 뇌로 올려 보내는 경우와, 이렇게 보고받은 신호를 바탕으로 외부의 자극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뇌 또는 척수가 내린 결정과 명령을 처리해줄 기관(효과기: effector 예를 들어 골격근)으로 하달하기 위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경우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감각신경의 감각수용체에 의해 이온채널이 열리거나, 혹은 시냅스전(pre-synaptic) 뉴런으로부터 분비된 신경전달물질과의 결합을 통해 이온채널이 열리는 2가지 방식으로 활동전위가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신체의 외부와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감각수용체를 온몸에 장착하고 태어났다. 피부, 근육, 내장 장기 등에 분포하는 후각수용체, 광수용체, 온도수용체, 기계적 촉감수용체(mechanoreceptor)를 비롯하여 눈을 감아도 우리 몸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고유감각수용체(proprioceptor),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통증을 인식하게 하는 통각수용체(nociceptor)등이 신체의 안과 밖에서 생긴 작은 변화를 감지하여 뇌에 보고한다.

 

대뇌까지의 신호전달 경로를 레벨로 묘사하는데 이들 감각수용체들이 맹활약하는 말초의 감각뉴런을 가장 낮은 레벨인 제1차 신경세포(1st-order-neurons)라고 한다. 신호전달의 첫 출발지란 뜻이다. 이들 감각 수용체들은 미세한 변화, 즉 자극을 감지한 순간 그 구조적 모양에 변형을 일으키면서 이온들이 세포 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이온채널들을 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이온들로 인하여 세포막 주변의 전압 환경에 변화를 일으켜 활동전위를 만들어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자. 1차 신경세포는 감지한 감각을 활동전위라는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다음 단계인 2차 신경세포(2nd-order-neurons)인 척수(spinal cord)에게 전송하고, 이는 다시 최종단계인 3차 신경세포(3rd-order-neurons)인 대뇌의 시상(thalamus)까지 신호를 전송한다. 여기서 다른 레벨 간의 신호 전달은 뉴런과 뉴런 간의 전달이므로 시냅스를 통과해야 하고, 시냅스 공간을 지나온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후(post-synaptic) 뉴런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채널을 열어 활동전위를 만들게 된다. 역시 이때에도 이온들이 세포막의 전기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신경계의 모든 활동은 활동전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창조하는 모든 것들도 활동전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활동전위 생성의 주역은 이온들과 이온채널이다. 

 

우리는 전압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potential)을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세포의 안과 밖은 전기적 극성을 보인다. 즉 세포 안이 세포밖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음전하가 강하고, 세포막을 중심으로 전기적으로 양쪽으로 분극화(polarized)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모든 세포들에서 나타난다. 다만, 흥분성 세포들만이 이 분극된 상태에서 출발하여 이온들의 농도차를 활용하여 전기를 생성한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분극상태는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는 즉 가능성(potential)을 의미하고, 마치 자동차 안에 휘발유가 가득 들어있어도 배터리의 스파크가 없다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듯이 이 분극상태를 역전시킬 트리거(trigger)가 될만한 변화가 필요하다. 아주 짧은 찰나에 음전하의 양전하로의 역전! 이 그것이다. 이러한 전하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전하를 띤 이온들의 대활약이 필요하다. 신경세포에게는 소듐(Na+)과 포타슘(K+)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세포단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 하게 짧은 찰나에 벌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초를 1조로 나눈 정도의 찰나를 피코초(picosecond)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짧은 순간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신경세포의  전압 생성은 약 1/1000초 동안(millisecond)에 일어나며, 약 100mV정도의 작은 전기 스파크로서, 전송속도는 최대  초당 약 150미터로 본다. [1] 빠르다면 빠르다고 하겠지만, 사실 빛의 속도나 일반 전류 속도에 비하면 그다지 빠른 것은 아니다. 

 

휴지기 막전위(membrane potential)

아무런 자극이 가해지지 않은 평상시의 분극 된 상태의 세포막 전압, 즉 휴지기 상태의 전압을 휴지기 막전위라고 부르고, 순식간에 역전되어 만들어진 전압을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개념이 확 와닿지 않는 저런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참 아쉽다. 너무 어려운 말이 아닌가. 여기서 전위라 함은 전기적 위치에너지라고 한다. 위치라는 것은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보통 위치에너지는 댐의 갇혀있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물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서는 그런 물리적인 높고 낮은 위치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차이를 의미하는 것 같다. 휴지기 상태의 세포에 전압기를 가져다 실제로 측정을 해보면 세포 안이 세포밖보다 대략 -70 ~ -90mV(millivolt)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세포안과 밖의 상대적인 전압의 차이인 것이다. 세포마다 개인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보통 -70mV를 휴지기 막전위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런과 시냅스

신경 세포가 전기를 생성하는 촉발점은 ‘자극’이다. 물론 심장의 근육세포는 다행스럽게도 외부의 자극 없이 전기를 생성한다(pacemaker cell). 우리가 다루고 있는 신경세포가 손가락 끝에서 무엇인가를 만졌다고 가상해보자. 감각 신경세포가 자극되었다. 동그스름하거나 약간 네모나지고 통통하게 생긴 다른 세포들과 달리 신경세포는 기다랗게 죽 뻗어 생긴 모양을 많이 하고 있다. 가늘고 긴 축삭(axon)을 이용해 전기를 도미노가 쓰러지듯 순차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모양이 적절했으리라. 뉴런 하나에 길이가 1미터 이상 되는 축삭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지 않은가? 이러한 모양새로 인해 신경세포는 신경 ‘섬유’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간단히 뉴런이라고 부르자. 뉴런이 다른 뉴런과 연결하는 곳이 시냅스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뉴런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뉴런과 뉴런 간의 시냅스가 더 많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신호를 보내는 뉴런을 시냅스전(pre-synaptic) 뉴런, 신호를 받는 뉴런을 시냅스후(post-synaptic) 뉴런이라고 부른다. 너무 당연한 명명법이지만 참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시냅스전 뉴런에서 분출된 수백가지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들이 작은 나룻배 처럼(?) 시냅스를 건너가 시냅스후 뉴런에 신호를 릴레이 한다. 시냅스 역시 세포외액에 해당하지 않겠는가. 신경전달물질들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다시 다루자.

 

Preview : 활동전위를 몇 줄로 표현하자면?

원래의 휴지기 -70mV의 음전하 상태를 세포안과 밖이 분극되어있기 때문에 분극(polarized) 상태라고 하고, 양전하의 대거 유입으로 극성이 순식간에 반전되어 양전하 상태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더 이상 분극상태가 아니므로 탈분극(depolarized) 상태라고 한다. 다시 양이온이 대량 빠져나가 세포 안이 음전하로 복귀되어 재분극(repolarized) 상태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애초의 -70mV보다 약간 더 많이 -90mV까지 음전하로 내려갔다가 원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 시점을 과분극(hyper-polarized) 상태라고 부른다. 이러한 분극 - 탈분극 - 과분극 - 재분극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전기 신호가 송출된다. 프리뷰를 살펴봤으면 본편으로 들어가 보자. 

 

 

활동전위의 생성

축삭언덕(axon hillock): 전기생성 출발지점

뇌와 말단 신경계 사이를 오고 가는 자극과 명령이라는 신호메시지는 마치 전깃줄을 타고 전기가 흐르듯, 뉴런의 축삭(axon)을 따라 전송된다. 세포체(cell body: soma)와 가지돌기(또는 수상돌기) 부위가 자극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전기를 생성할 만큼의 충분한 양의 자극이 축적되면 비로소 축삭이 시작되는 부위인 축삭언덕(axon hillock)에서 전압을 만들기 시작한다. 즉 신호는 세포체에서 멀어지면서 축삭의 말단 방향으로 전송된다. 자극이 감지되면 먼저, 소듐(Na+) 이온 채널이 열린다. 

 

소듐(Na+) 이온채널

모든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전해질 이온 채널 중에서 항상 조금이라도 열려있는 이온 채널은 포타슘(K+) 이온 채널(leaky channel) 뿐이다. Na+ 이온채널은 항상 굳게 닫혀있다. 세포내부에 형성된 강한 음이온이 양이온인 Na+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게 만드는 전기적 구배나, 세포안보다 세포밖에서 10배 정도 더 높은 농도로 분포하는 화학적 구배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볼 때, Na+는 기꺼이 세포 안으로 밀고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채널이 닫혀있어서 이동이 일어나지 못했으나, 자극이 가해지면서 이로 인해 아주 잠시동안 Na+ 채널이 열리게 되면 소듐 양이온(Na+)이 세포 안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세포 내 전기적 극성에 변화가 생긴다. 휴지기의 세포막 전압이 보통 -70mV인데 양이온인 Na+가 세포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덜 음전하를 띠게 되는 것이다. 양이온이 음이온을 희석해 버린다고나 할까. 

 

한계수치(Threshold): 넘어야 할 문턱

이때, 자극이 강할수록 열리는 Na+ 이온채널의 수가 많을 것이고 따라서 더 많은 Na+이 세포 안으로 유입된다. 귓속의 감각 뉴런에 전달하는 소리의 강도를 높인다든가,  또는 시냅스후(post-synaptic) 세포에게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 모두가 자극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자극의 크기에 따라 그만큼의  Na+가 유입되어 전기 극성에 영향을 주게 되지만 만약 이러한 자극의 양이 작아 Na+의 유입이 미미하다면 이 자극은 지역적인 탈분극(depolarized)만 이루고 사라져 버리게 된다. 완전한 양전하로의 극적인 반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원래의 분극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즉, 완전한 극의 반전으로 이어져 성공적으로 활동전위를 생성하기 위한 추진력이 되기위하여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어떤 한계 수치가 있는데 이 경계수치가 바로 한계수위(threshold)이다. 문턱값이라고도 한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많은 자극이 가해져도 그  자극의 정도가 이 문턱을 넘어설 만큼 강하지 않을 경우 매정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all or none’이다. 이 자극은 흐지부지하게 아무런 영향력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없던 일로 끝나버린다. 절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양변기 물탱크에 물이 어느 수위까지 차야만 레버를 눌렀을 때 시원하게 변기가 작동하지 않는가. 그 전에는 아무리 레버를 눌러도 작동하지 않고 헛물만 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한국어로는 이 수치를 ‘역치’라고도 부르던데 개인적으로 의미가 그다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좀 더 쉬운 단어를 쓰면 나 같은 문외한들도 좀 더 쉽게 이해하지않게는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슨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가 한계수위 보다 낮으면 우리 감각 뉴런이 이를 자극으로 인식하여 활동전위를 만들어 뇌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즉, 소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 귀가 감각으로 인식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방의 불빛을 점점 줄여 아주 어둡게 만들면, 빛이 사실은 존재함에도 눈의  광수용체(photoreceptor)가 반응할 수 있는 한계 수위보다 더 어두워졌기 때문에 우리 눈은 빛을 감지하지 못하고 빛이 없다고 느낀다.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어도 우리 감각수용체가 작동될만한 최소한의 무게도 안된다면 우리가 이를 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신경계에는 한계수치가 존재한다. 특정한 수치만큼의 자극, 즉 한계수치가 대략 -50mV이다. 이 한계수치가 왜 중요하냐면, 이 한계 전압을 넘어선 순간(suprathreshold) 비로소 전압에 의해 열리는 소듐 전압 이온채널(voltage-gated sodium ion channel)이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리간드가 수용체(receptor)에 결합하여 열리는 리간드 개폐 이온 채널과 특정한 전압이 맞아야 열리는 전압 개폐 이온 채널은 막단백질 부분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채널들을 통해 엄청난 양의 Na+가 밀고 들어옴으로써 세포내 양전하의 비율이 높아져 순식간의 역전을 일으켜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스파크가 뇌에 신호를 발사해 보내는 것이다. 

 

탈분극에서 재분극으로

한계수치를 넘자마자 열린 Na+ 전압 개폐 이온 채널들을 통해 추가로 물밀듯 들어온 Na+는 순식간에 세포내 전압을 양전하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세포막의 양전하는 일정 수치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활동전위는 대부분 +40mV 정도까지이다. 이 전압 수치에 접근하게 되면 이번에는 유입되는 Na+을 막기 위해 전압 개폐 Na+ 이온채널이 닫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전압 개폐 포타슘(K+) 채널이 열리기 시작한다. 왜일까? 새총을 한번 쏘고 나서 다시 쏘려면 다시 고무줄을 뒤로 잡아당겨한다.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양전하가 득세하게 된 세포막의 환경을 재빨리 원래의 음전하로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진다. 이를 위해 일단 더이상의 Na+양이온의 유입은 칼같이 차단하고, K+ 채널을 열어 세포 안에 고농도로(30배) 존재하므로 기꺼이 농도가 낮은 세포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K+ 양이온을 대량 유출시키는 것이다. 양이온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세포안은 상대적으로 음전하가 되기 때문이다. 

 

잠깐의 과분극 상태

칼같이 닫히는 Na+채널들과 달리 늘 조금씩 열려있는 K+채널로 인해 원래의 음전하보다 아주 잠시 조금 더 많은 음전하로 떨어진다. 소듐채널은 각을 잡고 열고 닫히지만, 포타슘채널은 leaky channel이라는 별명처럼 계속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포타슘의 계속된 누출이 잠시나마 과분극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원래의 -70mV라는 막전위를 회복하면 다시 활동전위로 스파크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할 준비가 된다. 물론 자극이 없다면 휴지기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불응기(refractory period) 기간의 중요성: 신호의 무결성

활동전위의 최고 수치에 도달하면 Na+채널들은 완전히 닫혀 한동안 열리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Na+ 유입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활동전위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K+가 대거 유출되고 나서 재분극상태로 되돌아갈 때까지 Na+ 유입은 없다. 그래서 Na+채널이 닫혀있는 이 시기를 불응기라고 한다. 새총을 끝까지 잡아당겨 쏘아 보낸 순간 동시에 다시 어떻게 잡아당기겠는가. 다시 뒤로 잡아당겨야 또다시 발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활동전위를 발사하자마자 Na+채널이 굳건히 닫혀 신속하게 원래의 막상태로 돌아가 다음 신호를 발사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막전위가 양극으로 분극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쪽의 이미 분극 되어 있는 방향으로부분으로 활동전위가 연결되어 이어지게 된다. 즉 전기 신호는 결국 앞을 향하여 한 방향으로 진행되게 되고 뒤로 역행하여 전송되지 않는다. 이 불응기 기간으로 활동전위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은 신호가 겹치지 않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한 방향으로 전송되는 신호의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소듐 포타슘 펌프(Na+/K+ ATPase): 숨은 조력자

신호를 다시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원래의 -70mV라는 휴지기 막전위가 생성되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Na+과 K+가 각각 세포밖과 안에 극단적인 농도차를 보이며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농도차를 분명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ATP를 동원하여 한번에 3개의 Na+을 세포밖으로 빼주고, 2개의 K+를 세포 안으로 동시에 교환하듯 이동시키는 소듐포타슘펌프이다. 이 펌프의 역할로 Na+세포밖에, K+는 세포 안에 고동도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늘 열려있어(leaky) 밖으로 도망가는 K+을 세포 안으로 다시 집어넣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 각 이온채널의 개폐를 통한 이온의 농도조절을 백업해 주는 든든한 펌프이다. 이 들 모두의 활약으로 이온들을 교묘하고 완벽하게 컨트롤함으로써 신호를 만들어낸다. 나는 다시 한번 무릎을 친다. 우리 몸은 알면 알수록 정말 멋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활동전위는 물결

세포가 전압을 만들어 신호를 보내 소통하는 자세한 기전을 살펴보았다. 활동전위는 마치 한 방향으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물결과 같다. 도미노가 하나씩 쓰러지면서 앞으로 전달되는 것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쓰러진 세포라는 도미노는 재빨리 다시 일어서 다음신호를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전기를 만들어 신호를 보낸다.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죽은 세포는 -70mV의 전압차를 가지지 못한다. 넘어져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도미노조각처럼.

 

어른의 두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하나의 뉴런은 쉽게 수만개 이상의 다른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2] 활동전위를 통해 작동하는 또 다른 인체 기관인 심장과 골격근의 경우는 관여하는 이온들도 다르고, 활동전위의 기간, 불응기의 기간들도 각각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아주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심장의 경우 한 번의 활동전위가 한 번의 심장 수축 즉, 박동을 의미하므로 1분간 만들어 낼 수 있는 활동전위의 수 즉, 최고 심장박동수는 200여 번으로 계산된다. 단 1초에 100번의 활동전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경세포에 비한다면 매우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세포들이 매일매일의 생명 활동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기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인간들이 말아먹은 태양을 대신하여 기계들이 인간들을 태양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장면이 있다. 모든 세포는 전기적 극성을 띠고 있고, 따라서 세포 하나하나가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태이므로 어쩌면 우리는 이미 살아있는 거대한 배터리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로돌포 R. 이나스(Rodolfo Llinás)박사도 그의 흥미로운 책에서 "뉴런은 본질적으로 배터리며, 따라서 배터리 처럼 전압을 생성할수 있다.(A neuron is essentially a battery, and like a battery, it can generate a voltage"라고 지적한 바 있다.[3]



 

[1] Increased Conduction Velocity as a Result of Myelination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10921/

 

[2] Understanding neurogenesis in the adult human brain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689008/


[3] Rodolfo R. Llinás, i of the Vortex: From Neurons to Self (Bradford Books) by Rodolfo R Llinas (200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