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온 채널들을 살펴본 김에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전기신호 생성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주목해 보자.
인체의 근육을 대표적으로 3가지의 근육형태 즉, 뼈와 붙어 있는 골격근, 심장을 수축하는 심장근, 그리고 내장기관의 운동을 관할하는 내장근으로 분류한다. 우리의 의지와 움직일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맘대로근/제대로근으로 나누기도 하고, 가로무늬가 있는가 아니면 무늬 없는 민무늬 인가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들 근육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활동전위라고 불리는 전기적 신호에 의해 작동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우리는 신경세포 뉴런이 전기적 신호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심장이 박동하고, 위가 소화를 하고, 내장이 영양분을 흡수하고, 걷고 뛰고. 이 모든 것이 전기적 신호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체는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배터리인가? 인간뿐이겠는가? 우리보다 더 강한 전기를 만드는 전기뱀장어도 있지 않은가.
인체가 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배경부터 살펴보자.
1. 세포의 안과 밖은 액체로 이루어진 환경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성분 중 가장 큰 부분이 물이다. 이 물이라는 환경에서 생명의 본질이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생화학적 과정이 일어난다. 유아기에는 체중의 75%이었다가 성인이 되면 50~60% 정도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물은 인체의 어디에 있는 걸까. 인체 내의 물, 즉 체액은 세포내액(Intracellular fluid: ICF)과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 ECF)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포내액은 ‘세포질’로 불리는 세포 안의 전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세포외액은 세포와 세포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간질액(interstitial fluid)과 혈관내액(혈장, 림프액, 뇌척수액)으로 다시 나뉜다. 세포내액이 전체 체중의 40%를 차지하고, 세포외액은 20%를 차지하고, 이중 혈장이 약 5%를 간질액이 12%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1]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은 신체의 어떤 조직과 기관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그 구성성분들이 달라진다. 그러나, 비록 이 둘을 구성하는 성분들은 차이를 보이더라도, 이 둘 사이의 물은 항상 삼투압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세포의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아쿠아포린이라는 채널 등을 통해 삼투압 구배가 존재할 경우 이에 따라 안팎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 막을 통한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
물에 녹아 있는 각종 이온들, 즉 용질들은 크기가 크거나 또는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세포막을 쉽게 투과하지 못하므로 다양한 이온 채널을 이용하여 세포안팎으로 이동한다. 흥미로운 것은 세포 안의 액체 상태이다. 세포 내의 수성환경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세포내 개별 소기관은 다시 대부분 막으로 싸여 있고 세포질로부터 구별되며 세포안에서 맡은 자신들의 역할에 기반하여그 고유의 ph와 이온구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정 지역에 특정 용질의 농도를 다르게 가두어 놓는 것을 구획(compartment)[2] 라고 하며, 이 구획화는 생리학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현상이다. 모든 유형의 생물학적 분해 담당자인 리소좀(Lysosome)이 이들을 분해하여 녹일수 있으려면 이 기관은 유독 산성이 매우 높은 환경이어야만 하며, 심장세포가 세포안의 근형질세막(sarcoplasmic reticulum)에 칼슘을 가둬 저장할 수있는 능력이 없다면 심장은 수축하지 못할 것이다. 심장이 활동전위를 만들어 수축하는 데 있어 칼슘이온은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차후에 세포내 신호전달과정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3. 이온의 농도 컨트롤
다양한 형태의 이온 채널을 활용하여 세포의 안과 밖의 이온 농도를 조절하여 세포내외의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기능이 가능해진다. 그중 하나가 지금 다루고자 하는 전기의 생성이다. 참고로 이온명과 관련하여, 일제의 흔적을 지우고 가급적 국제기준에 따른 표준어를 사용하고자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으로 통일하여 표기함을 밝힌다.
이온 채널과 전기적 신호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받아들인 상태를 ‘이온’ 상태라고 하는데, 전자는 음의 전하를 띠므로 전자를 잃게 되면 상대적으로 양의 전하를 띠게 되어 ‘양이온’이 되고, 전자를 얻게 되면 상대적으로 더 음의 전하를 띠게 되므로 ‘음이온’이 된다. 이렇게 전기적 성질인 ‘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에 전해질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전해질: 이온들의 분포가 가지는 의미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세포의 안과 밖에서 볼 수 있는 이온들의 분포이다. 우리가 흔히 전해질(electrolyte)라고 부르는 이 이온들을 생리학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까닭은 전해질들이 세포의 전기 활동을 담당하는 것과 관련이 깊을 뿐만 아니라 전해질 부족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이온들이 세포 안팎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면 세포는 전기를 생성할 수 없다.
세포안과 밖의 이온 분포
세포내액에는 포타슘양이온(K+)과, 인산염음이온(HPO42-), 마그네슘(Mg2+), 그리고 단백질이 주로 분포하고 있고, 세포 외에는 소듐(Na+), 염화음이온(Cl-)이 주로 분포한다. 이러한 분포로 인해 세포막을 중심으로 전기적 극성이 형성되게 된다. 음전하를 띠는 인산염과 음전하 잔기를 갖고 있는 덩치가 매우 큰 단백질들로 인하여 세포 안은 세포밖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음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산염이나 단백질들은 그 큰 덩치로 인하여 세포밖으로 나가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세포안팎을 드나들면서 세포내외의 전기적 극성이라는 환경에 다이나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전하를 띤 이온들인 것이다. 세포밖의 세포를 드나드는 산소, 이산화탄소, 포도당등의 분자들은 전기적 극성을 띠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분포와 이동은 세포의 전기적 극성이라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세포의 전기 발생과 관련이 없다. 이온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세포 안의 대세는 포타슘양이온(K+)이고, 세포밖에는 소듐양이온(Na+)과 염화음이온(Cl-)들이 주요 이온들이다. 전기적 성질 즉, 전하(electrical charge)를 띠는 이온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흐르면 우리는 이 것을 전류(electrical current)라고 부르며, 이들의 이동은 세포 내외의 양전하와 음전하의 총량에 영향을 준다. 양과 관련하여 여기서 잠깐 ‘구배’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화학적 구배와 전기적 구배 2가지의 다른 힘
우리는 이전 글에서 세포의 안과 밖을 드나드는 여러 물질들의 이동 방향, 즉 확산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질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아무런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동하여 확산된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방에서 좀 더 한산한 방으로 내가 스스로 옮겨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확산의 방향은 단지 화학적 구배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포타슘이온(K+)을 예로 들어 보자. K+는 절대적으로 세포 안에 훨씬 높은 농도로 분포한다. 약 30배 차이로 내부 농도가 훨씬 높다. 그리고 다른 이온채널과 달리 특이하게도 K+ 이온채널은 보통 늘 약간 열려있다(leaky channel). 화학적구배에 따른 확산 방향을 생각해보면, 분명 K+는 농도가 훨씬 낮은 세포밖을 향해 열린 채널을 통과하여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K+는 세포안에서 엄청나게 높은 농도를 유지하면서 밖으로 빠르게 이동하지 않는다. 바로 세포안에 형성된 강력한 음전하가 양전하를 띠는 K+를 강하게 잡고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극은 잡아당기고, 같은 극은 밀어내지 않는가. 화학적 구배와 전기적 구배의 두 힘 모두가 K+에 작용하고 있고 서로 다른 이 두 힘의 세기가 일정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평형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이 상태를 전압계를 이용하여 실제로 측정하면 세포 안의 전압은 보통 -90mV정도로 측정된다. 이는 세포 안이 세포밖보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음전하를 띤다는 의미이다.
포타슘과 소듐의 전기화학적 구배의 차이
극성이 없는 물질들은 평형상태가 될 때까지 어느 한 방향으로 이동하여 확산하지만, 극성을 띠는 이온들은 화학적 농도뿐만 아니라 전기적 농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기화학적 구배라는 두 가지 힘이 이온들에게 작용한다. 세포밖에서 높은 농도로 분포하는 소듐(Na+)의 경우도 살펴보자. 이 이온들은 화학적 구배와 전기적 구배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농도가 낮은 세포 안으로 이동하고자하는 화학적 구배의 힘과, 강력한 음이온이 안으로 당기는 힘 모두 Na+를 세포안을 향하게 하는 경향을 만들것이다. 하지만, Na+ 채널은 K+ 채널과 달리 늘 닫혀있고 조건이 맞는 경우에만 열리기 때문에 평상시 세포밖에서 높은 농도가 유지된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할 점은, Na+ K+ 펌프의 역할이다. ATP를 굳이 이용하여서라도 세포 안에서 3개의 Na+을 밖으로 내보내고, 동시에 2개의 K+를 세포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이 펌프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Na+은 세포밖에, K+은 세포안에 더 많이 존재하는 상태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세포내외의 수성환경에서 전하의 성질을 띤 이온들이 자유롭게 존재하며, 극성을 띠는 이들이 세포막을 이온채널이라는 막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세포의 안과 밖을 농도차에 기반하여 이동할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세포막을 기준으로 그 안과 밖에 형성된 전기적 극성 환경또한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 이 환경을 기반으로 세포막에 전기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1] Physiology, Body Fluids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482447/
[2] Essential cell biology, Fifth edition. New York : W.W. Norton & Compan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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