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형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인자인 비타민 D와 비타민 K에 대하여 좀 더 다루고자 한다. 앞 글에서 콜라겐 합성에 있어 비타민 C가 중요한 보조인자임은 이미 다루었고 비타민 K는 다음 글에서 다룬다. 뒤이어 다룰 골밀도 향상을 위한 뼈흡수억제제와 뼈형성촉진제들은 대부분 이미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 처방되는 약제들이다. 노화로 인한 골밀도 감소는 어쩌면 막기 힘든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 리모델링의 자세한 기전을 톺아보는 이 기회에 뼈 형성과 관련 있는 중요한 영양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비타민 D와 뼈 건강
비타민 D는 뼈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매우 필수적인 영양분이다. 뼈의 무기질 성분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을 만드는 데 있어 칼슘은 가장 핵심적인 성분 중 하나이다. 또한 신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체는 혈중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만일 외부로부터의 칼슘을 섭취하더라도 장이 이를 잘 흡수하지 못해 칼슘 농도가 낮다면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부갑상선 호르몬이 즉시 뼈에게 분해를 지시하여 칼슘 농도를 조절하려들기 때문이다. 칼슘을 장에서 잘 흡수하도록 돕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는 신장에서 칼슘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혈류로 재흡수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칼슘을 아무리 충분히 섭취해도 비타민 D의 도움이 없다면 튼튼한 뼈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규정한다”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 당신이 체내로 흡수한 것 만이 당신의 것이다” 결국 입보다는 장이 더 관건인셈이다. “You are not what you eat, but what you absorb.” 그래서 이 표현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비타민 D 생합성
비타민 D는 연어, 고등어, 계란 노른자 등의 식품과 보충제를 통해서 섭취할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인체가 직접 생합성할 수 있다. 햇볕에 피부를 노출시키는 아주 값싸고 쉬운 방법을 통해서 합성이 시작되는데 그 자세한 과정을 살펴보자.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군 ADEK 중 하나이다. 지용성 비타민이라면 물과 친하지 않은 성격으로 혈류에서 순환하려면 다른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과 반면 지질 성분의 세포막과 핵막을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피부에서 시작되어 간과 신장을 거치면서 활성형으로 완성되는 비타민 D의 생합성 과정을 살펴보자.
비타민 D는 콜레스테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타민 D3의 전구체인 7-Dehydrocholesterol은 콜레스테롤 생합성 경로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이 상태에서 자외선 B(UVB)에 노출되면 피부에서 프리비타민 D3로 전환되고, UVB가 없다면 7-Dehydrocholesterol Reductase(DHCR7) 환원 효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환원되어 100% 콜레스테롤이 된다. 즉, 햇빛이 없다면 콜레스테롤이 되고, 햇빛이 있을 때만 비타민 D3로 전환된다.
피부 표피의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s)에서 광분해로 생성된 프리비타민 D3는 체온에 의하여 안정적인 비타민 D3인 콜레칼시페롤(cholecalciferol)로 변환된다. 하지만 이 형태의 비타민 D3는 비활성상태이기 때문에 생리적인 기능을 발휘하려면 추가적으로 두 단계의 활성화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먼저 간으로 이동하는데, 지용성이므로 비타민 D 결합 단백질 (DBP, vitamin D-binding protein)의 도움을 받아 이동한다. 간에서 1차적으로 탄소 25번 자리에 OH(수산기)를 추가하여 칼시디올(calcidiol)로 전환한 후, 다시 신장으로 이동하여 탄소 1번 자리에 2차적으로 OH기를 또 추가한다. OH기가 이 자리에 도입되어야 비타민 D 수용체(VDR)에 대한 친화도가 거의 1000배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두 차례의 OH기 첨가가 모두 이루어지면 마침내 활성형 칼시트리올(Calcitriol)로 전환되어 스테로이드 호르몬처럼 작동하여 핵 안으로 진입하여 유전자 조절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흔히 비타민 D를 호르몬으로 간주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기능 때문이다. 칼시트리올이 핵에서 전사하는 유전자로는 칼슘 흡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소장에서의 Ca²⁺ 흡수에 매우 중요한 칼슘채널 단백질 TRPV6, 신장에서 칼슘 재흡수를 담당하는 채널 단백질인 TRPV5, 파골세포 활성화와 관련된 RANKL과 OPG 등이 있다. 따라서 혈중 칼슘 농도의 항상성 유지에 비타민 D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D와 콜레스테롤 합성 경로
인체가 생합성하는 가장 중요한 생체 물질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은 그 기본단위가 지방산이 아닌 이소프렌(isoprene)이라는 탄화수소화합물이라는 것을 다른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았었다. 이들은 아세틸 coA(acetyl-CoA) 두 분자로부터 출발하여 만들어지며, 아세틸 coA는 포도당이 분해되어 얻어지는 피부르산과 지방산의 β-산화를 통해 생성된다. 이들 아세틸 coA는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TCA 회로를 돌면서 NADH와 FADH2를 생성하고 이를 이용하여 전자 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ETC)에서 전자를 이동시키면서 ATP를 생성한다. 하지만 시트르산 형태로 미토콘드리아를 빠져나와 다시 세포질로 이동한 아세틸-CoA는 두 분자가 합쳐진 후 메발론산 경로(Mevalonate pathway)를 거쳐 이소프렌 단위(IPP, DMAPP)로 전환되고, 이 화합물들이 중합되어 스쿠알렌을 형성한 뒤, 약 30단계 이상의 반응을 거쳐 마침내 최종적으로 콜레스테롤로 합성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두 분자의 아세틸-CoA가 이토록 많은 단계를 거쳐 비로소 콜레스테롤을 생합성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 매우 신중하고 정밀하게 합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체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분자임을 시사한다고 본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항상 아쉽다.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차단하는 약물은 차례로 진행되는 30여 개의 경로상 상위에서 작용하므로 하위의 경로를 모두 차단시킨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합성이 차단되면 비타민 D 전구체 역시 합성이 억제되므로 스타틴과 같은 약물을 복용한다면 별도의 비타민 D 보충을 고려해야 한다.
비타민 D 권장량
비타민 D 일일 권장량은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으로 적게는 600 IU에서 최대 2,000 IU까지가 권장량 범위로 제시된다. 물론 이에 더해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서 개인별로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 800 ~ 1,000 IU가 적정량으로 간주되며, 노인층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1,500 ~ 2,000 IU 까지 섭취가 권장된다.
음식이나 보충제가 아닌 햇볕으로부터 비타민 D를 합성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자외선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외선은 파장(빛의 길이, wavelength)에 따라 UVA, UVB, UVC로 나뉘는데, UVC(100 ~ 280 nm)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거의 완전히 흡수되어 지표면에 도달하지 않으므로 인체와 큰 관련이 없다. UVA(320 ~ 400 nm)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이 가장 많고 전체 자외선의 거의 대부분(95%)을 차지하며 피부의 진피층까지 침투하여 피부 노화, 색소침착, 산화 스트레스, DNA 손상을 일으켜 피부암의 원인이 되는 주범인데 정작 비타민 D 합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UVA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비타민 D 생합성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UVA는 대부분의 SPF 제품으로 완전한 차단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UVB(280 ~ 320 nm)는 전체 자외선의 약 5% 정도를 차지하며 피부의 표피층까지 도달하여 홍반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비타민 D 합성의 주역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UVB는 대부분 차단되거나 반사되기 때문에 창문가에 앉아서는 효과적인 비타민 D 합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국의 경우 국제 표준 자외선 지수(UV Index)를 사용하는데 자외선 노출의 강도를 0~11+까지 수치화한 지수로, UVB 지수가 3은 되어야 비타민 D 합성이 시작된다고 한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UVB의 파장범위인 290~315nm의 빛이 지구표면에 도달하는 양은 감소하므로 위도가 35° 이상의 위치에서는 계절별 비타민 D 합성량이 달라진다. 여름에 해가 높은 시간에 약 15분, 그 외 시간에는 전신을 노출하여 약 20분 정도 노출하면 약 1,000 IU정도를 생산할 수 있고, 겨울철이나 또는 위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그리고 멜라닌 함량이 더 높은 어두운 피부색의 경우 200 IU정도밖에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UVB 노출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 70세 이상의 성인이 피부에서 비타민 D 합성 전구체인 7-Dehydrocholesterol을 합성하는 비율이 20대 성인에 비해 최대 4배가량 적다고 한다. [1]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보면 해를 통한 비타민 생합성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비타민 D, 그 외 다양한 효과
인슐린 민감성
칼슘의 흡수와 관련된 비타민D의 기능과 중요성을 고찰해 보았는데, 사실 비타민 D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상반되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서 비타민 D의 여러 긍정적인 기능을 추가로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21세기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IR)과의 연관 관계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사 증후군(Metabolic Syndrome), 2형 당뇨병, 공복 혈당 장애,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같은 일반적인 대사 장애와 관련하여 비타민 D가 결핍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견해가 많다. 비타민 D는 근육, 간 및 지방 조직에서 인슐린 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켜 인슐린 민감도를 향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 D 활성화 단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비타민 D가 호르몬처럼 핵으로 진입하여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려면 2차 OH기 첨가(수산화)를 해야 활성화되며 그 수산화 효소(hydroxylase, CYP27B1)가 신장 외에도 추가적으로 췌장, 근육, 간 등 다양한 조직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2] 췌장 조직에서 비타민 D는 β-세포의 기능을 보호하여 국소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며 또한 인슐린 수용체 유전자의 프로모터 영역에 비타민 D 반응요소가 있어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인슐린 민감도에 가장 중요한 골격근은 식후 포도당 처리에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는데 비타민 D는 골격근의 이러한 포도당 처리를 향상시켜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한다. 이렇게 비타민 D보충이 당화혈색소(HbA1c)와 인슐린 수치를 개선할 수 있어 당뇨병 치료제로 병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3]
면역, 항산화 작용, 비만과의 관계
비타민 D는 면역기능과도 관련 있다. 대식세포/단핵구, 항원 제시 세포(APC), T 세포, B 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앞서 말한 2차 수산화효소(CYP27B1)가 발현되어 비타민 D를 국소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활성형 비타민 D(칼시트리올)는 수지상세포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덜 생산하게 만들며, 대식세포의 경우 M1(염증성)이 M2(항염증성) 표현형으로 전환하도록 촉진하여 항염증 반응을 유도한다. T세포의 경우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reg와 IL‑10의 분비를 유도하여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이러한 기전으로 인해, 비타민 D가 자가면역 질환의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타민 D가 생후 초기 몇 년 동안 면역체계의 성장을 조절하여 자기 세포에 대한 내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의 비타민D 결핍은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제1형 당뇨병은 면역계가 췌장에서 β-세포를 자가 공격하여 파괴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비타민 D는 직접적인 항산화제는 아니지만, 항산화 방어체계를 조절하는데 관여한다. 세포 내 항산화작용을 하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 GSH), 항산화제인 글루타티온 퍼록사이드(Glutathione Peroxidase, Gpx), 그리고 슈퍼옥사이드불균등화 효소(superoxide dismutase, SOD)의 발현을 촉진하여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간접적인 항산화 효과를 발휘한다.
비만인의 경우, 피부에서 합성되거나 음식으로 흡수된 비활성형 비타민D(콜레칼시페롤)가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지방세포에 저장되어 버려 간으로 이동하여 활성화되는 과정이 방해된다는 가설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정상체중인에 비해 낮을 것이고 이는 면역이나 대사 기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참고 자료]
[1] Vitamin D and Bone Health; Potential Mechanism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257679/
[2] The Role of Vitamin D and Its Molecular Bases in Insulin Resistance, Diabetes, Metabolic Syndrome, and Cardiovascular Disease: State of the Art
doi: 10.3390/ijms242015485
[3] Efficacy of vitamin D supplementation on glycemic control in type 2 diabetes patients
doi: 10.1097/MD.000000000001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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