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생물학/신호전달경로

세포내 신호 전달(cell signaling)체계

Jo. 2024. 6. 20. 02:55

인간은 다세포 유기체이다. 

다세포 생물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 그리고 다른 세포들과 의사소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큰 영향을 받으며 진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몸에는 대략 37조 개의 세포가 있다고 한다.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 어마어마 숫자이다. 이렇게 많은 세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일사불란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 그 자체가 경이롭고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생명이 없는 무기체에게 변화라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외부의 다양한 자극들을 인식하면, 이들을 취합하여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결정되면 세포 단위에서 그 구체적인 대응책을 실행에 옮긴다. 아주 아주 짧은 순간 안에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반응책이 강구된다. 이를 위해 세포들 간의 긴밀한 신호전달과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체의 건강한 기능을 위해 필요한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호체계의 어느 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또한 역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호 전달 체계의 특정 과정을 타깃으로 하기도 한다.

 

세포는 신호의 송신자이기도 하고 수신자이기도 하다. 세포 하나 하나의 작은 대응들이 수천 수백만 년의 긴 시간을 거쳐 조금씩 그러나 끊임없이 전개되어 축적된 반응들의 총합이 결국은 진화가 아니겠는가. 신체의 조직이나 기관의 기질적인 기능을 이해함에 있어, 이들 세포 간 소통방식과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 (cell signaling)에 대한 선명한 이해는 분명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다. 

 

신호의 종류 

신호라는 것은 세포를 향해 가해지는 외부의 자극이라고 할 수있다. 이 자극들에 반응하여 대처하기 위해 세포로 하여금 필요한 행동을 실행해 달라는 신호인 것이다. 신호를 3가지로 크게 구분해 보자.

 

1. 물리적 신호 : 빛, 온도, 압력, 전압과 같은 물리적 신호가 있다. 예를 들어, 피부세포에는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수한 수용체, 즉 열수용체(thermoreceptors)들이 있어 주변 환경의 뜨겁거나 차가운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다. 보통은 이러한 정보를 신호화하여 뇌로 전달하지만 세포에서 바로 반응하는 수용체들도 있다.  

 

2. 화학적 신호 :화학적 분자라고 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 호르몬, 성장 인자, 사이토카인 등이 포함된다. 

 

3. 기계적 신호 : 세포막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전단 응력(shear stress)과 같은 기계적 자극이 보내는 신호이다. 스트레칭, 압축 또는 장력의 변화가 세포나 조직에 가해지면 세포막이 변형되어 세포의 무결성을 해칠 수 있다. 이웃하는 세포와의 물리적 접촉 또한 세포막에 기계적인 힘을 가할 수 있다. 세포막에 존재하는 기계 감응성 이온 채널(Mechanosensitive Ion Channels)이 이러한 자극들을 감지한다. 

 

위와 같은 다양한 자극이라는 신호를 세포가 감지하는 접점이 바로 수용체(Receptors)들이다. 각각의 신호는 각각의 특화된 수용체에 의해 인식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그 신호가 목표로 하는 최종적인 반응을 이루게 된다.

 

신호 메시지를 받은 세포들은 어떤 반응을 하는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환경에 변화가 있음을 감지했을 때 세포는 생존을 위해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즉각 그 내부 환경을 이에 맞게 변경시키고자 할 것이고, 만일 어떤 이유로 다수의 세포가 사멸하거나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 있게 된다면, 이러한 죽은 세포들을 보충하기 위하여 세포 분열을 수행하여 세포수를 늘릴 것이다. 골수의 조혈 줄기 세포는 신체로부터 들어온 다양한 신호에 기반하여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적혈구, 호중구, 혈소판 등을 생성시키는 속도에 차이와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또한 세포가 심하게 손상되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변화된 환경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세포는 세포사멸이라는 신호를 내보내 자체적으로 이 세포들을 제거할 것이다. 즉, 세포들은 외부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그것에 부응하여 생존, 성장, 분화, 사멸 등의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된다. 물론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다양하고 더 복잡한 반응들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한 가지 자극, 또는 한 가지 신호메시지에 대한 반응은 한 가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호를 수신하는 세포의 위치나 역할에 따라 같은 신호도 아주 상이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언제나 그러하듯 세포의 분자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나는 것 같다.

 

대표적 신호분자: 호르몬

인체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생성하여 세포들에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신호 분자 중 하나가 호르몬이다. 사실, 갑상선 호르몬을 비롯한 주요 호르몬들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부하다가 그 보다 앞서 이러한 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세포에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그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세포 내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함을 절감했다. 같은 호르몬이라도 여러 조직에서 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세포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일을 하도록 지시했을 때, 그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이해하고 싶어졌다. 위에서 외부로부터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의 종류를 살펴보았다. 신호 전달 경로는 세포와 세포 간에 또는 세포 안에서 진행되는 과정들을 다룬다.

 

신호 전달 경로(Signaling pathways)

신호의 출발점으로부터 세포의 궁극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 신호의 결과물로 종결될 때까지 일어나는 분자들 간의 일련의 상호작용을 하나로 꿰어서 ‘경로(pathwary)’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경로에는 비활성 상태인 여러 효소들을 깨워 활성상태로 스위치 온시키는 과정들이 다수 포함된다. 바통을 이어받아 결승점까지 릴레이 하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 반응들이 이어진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포가 수행하는 역할이 복잡하고 세밀한 만큼 그 경로들도 역시 고도로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생리학과 관련된 논문들을 읽다 보면 듣기만 해도 매우 복잡할 것 같은 여러 pathway들이 있다. MAPK, ERK, Ark 경로 등등..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복잡한 경로들도 공통적으로 갖는 과정과 절차가 있을 것이고, 다행히도 이러한 영역을 광범위하게 연구하는 세포 생물학에서는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편의상 어떤 기준을 설정해 놓고 대략 분류를 해 놓은 것 같다. 대자연이 하는 모든 일에 밑도 끝도 없거나 앞과 뒤가 연결되지 않는 것은 없지 않은가. 개별경로들은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히 보기로 하고 일단은 공통적인 부분을 통해 세포가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는지 이해해보고자 한다. 

 

신호의 거리

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신호를 상대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체의 어딘가에 있는 분비샘에서 분비하여 혈류나 림프액을 통해 타깃 세포나 조직으로 호르몬을 전달하는 내분비 신호(endocrine signaling) 일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이나 인슐린 같은 호르몬은 이를 분비하는 샘과 그 신호를 받는 세포가 거리상으로 가깝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원거리 신호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침샘, 땀샘, 소화샘에서 분비되는 물질들은 혈류를 타지 않고 바로 근처의 주변조직이나 주변 세포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거리 신호라고 분류할 수 있다. 참고로 호르몬은 내분비계(Endocrine system)로 땀샘, 침샘 등은 외분비계(Exocrine system)로 구분된다. 

 

만일 우리 몸에 작은 상처가 난다면, 상처를 입은 조직은 신속히 히스타민을 분비하도록 주변 세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혈관을 확장시켜 백혈구가 빨리 도착하여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면역상의 현명한 조치이다. 피를 멈추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혈소판은 혈소판 유래 성장 인자 (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 PDGF)를 내보어서 상처부위에 혈관형성을 촉진하고, 또한 상처 난 곳을 치유하고 새 살이 돋아 나게 하기 위해 상피세포 성장 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라는 신호도 내보낸다. 이러한 신호들은 혈류를 탈 필요 없이 세포와 세포 간의 채우고 있는 액체 즉, 세포외액을 통해 국지적으로 상처 주변의 세포들이나 조직들에게 바로 전달되는 대표적인 근거리 신호(paracrine signaling)이다. ‘Para’라는 접두사는 ‘주변’이나 ‘가까운’것을 의미한다. 

 

드물지만 세포가 자기 자신(self=auto)이나 자신과 동일한 유형의 다른 세포에게만 신호를 보내는 특이한 경우도 있다. T세포는 특정 항원에 노출될 때 자가 분비 신호(autocrine signaling)를 생성하여 자체적으로 활성화되고 증식되어 면역반응을 조절하고 유지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암세포도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증식된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세포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신호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의 근육세포들이 전기신호를 바로 연접하는 세포들에게 일사불란하게 보내 한꺼번에 수축될 때 볼 수 있는 형태의 신호이다. 

 

신경세포(neuron)의 신호 전달

하지만 신호 전달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경 세포 즉 뉴런(neuron)들 간의 신호일 것이다. 뉴런의 신호는 전기와 화학이 공존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세포안과 세포밖 사이에 생긴 전하의 차이에서 출발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이라는 전기적 신호를 전깃줄에 해당하는 축삭(axon)을 따라 빠르게 내보낸다. 이 신호가 축삭의 끝, 즉 뉴런의 끝(terminal)까지 도달하면 이 전기적 신호는 전압에 반응하여 열리는 칼슘 이온 채널을 열어 뉴런 안으로 칼슘이 들어오게 만든다. 뉴런 내부의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 뉴런은 저장되어 있는 신경 전달 물질을 소포(vesicle) 안에 넣어 세포밖으로 배출한다. 전기적 신호가 화학적 신호로 바뀐 셈이다. 왜일까? 뉴런과 뉴런 사이는 언뜻 보면 붙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둘 사이에는 접촉이 되지 않는 아주 미세한 틈, 즉 시냅스(synapse)가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접촉되어 있지 않는 연결 공간인 시냅스에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이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물질, 즉 신경전달물질로 바꾸어 신호를 이어가는 것이다. 사실 신호의 최초 출발점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중간에 이 시냅스들이 중간중간 이 신호들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만일 신호에 문제가 있다면 이렇게 중간에서 그 신호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는가. 

 

신호를 보내는 뉴런인 시냅스전(pre-synaptic) 뉴런에서 분비되어 시냅스 공간으로 배출된 신경 전달 물질은 건너편의 신호를 수신하는 뉴런(post-synaptic)의 세포막 수용체와 결합하여 그 뉴런의 이온 채널을 열어 이온들이 뉴런 안으로 몰려 들어오게 만든다.  소듐(Na+)과 포타슘(K+)은 양이온이고 염화물(Cl-)은 음이온인데 이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채널을 갖는다. 열린 채널을 통해 이온들이 시냅스후 뉴런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면 이 뉴런의 세포막을 기준으로 안과 밖의 이온의 전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신경 전달 물질의 기능에 따라,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여 어떤 이온 채널이 열리는지가 달라지며, 그로 인해 시냅스후 뉴런의 세포막에 활동전위를 이어갈 확률이 높은 흥분성 전위와, 활동전위를 방해할 확률이 높은 억제성 전위로 구별된다. 즉 Na+나 칼슘(Ca+2)과 같은 양이온 이온 채널들이 대거 열린다면 이를 통해 세포 안으로 양이온들이 대거 몰려 들어와 충분히 음전하에서 양전하로 역치 되어 활동전위가 생겨 다시 전기 신호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고(흥분성), Cl-와 같은 음이온이거나 또는 양이온이라도 K+처럼 농도차로 인해 세포밖으로 나가려는 이온들의 채널이 열리면 세포 내에 음전하가 더 심화되어 활동전위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억제성). 이렇듯 어떤 이온 채널이 열리는 가에 따라 그다음 뉴런에서 다시 신호를 이어서 보낼 수 있는 전기적 전위의 강도가 결정된다. 우리 인체는 흥분성과 억제성 전위 간의 적절한 균형을 통하여 신경계의 활동을 조절하고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대표적인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이고, GABA로 잘 알려진 감마 아미노 부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이 그 반대인 대표적 억제성 신경 전달 물질이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신경 전달 물질로는 중추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e) 등이 있다.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글이 별로도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신경계의 신호 전달 경로에도 역시 수용체와 채널등이 관여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음에서 더욱 자세히 알아본다. 

 

이온채널을 다룬 글

활동전위 생성 관련 글

 

명품 중 명품: 세포막

세포막의 구성을 잠깐 다시 떠올려 보자. 세포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무릎을 치거나, 등골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대단하다!’라는 감탄을 하게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세포막의 구조를 알게 되면서 그러한 감탄을 많이 했다. 물이 인체의 70%를 차지한다는데 이 많은 물이 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수성 환경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의 경계를 지음으로써 개별 세포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전자현미경으로도 겨우 볼 수 있을 만큼 얇디얇은 원형질 세포막이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이중층은 바깥쪽은 수성 환경과 잘 맞는 친수성 머리를 갖고 안쪽으로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꼬리 부분이 말려들어가 있는 2중막이다. 바깥쪽은 수성환경과 잘 어울리고 안쪽으로는 경계를 지워줄 수 있는 지질로 구성된 것이다. 바깥쪽의 머리부분은 세포의 밖과 세포내의 세포질이라는 수성환경과 접하고 있다. 세포막은 중간중간의 틈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와도 되는 것과 들어오면 곤란한 것들을 잘 필터링하여 철벽 같은 방어막을 쳐줄 뿐만 아니라 세포가 특정 분자를 특정구획에 가두는 장벽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참 기가 막힌 설계다. 이러한 울타리를 통해 경계선을 잘 구축한 세포가 외부와 어떻게 소통할까?

 

지질이중층이 세포막의 기본 구조와 틀을 이루는 근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세포막 기능은 사실 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단백질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호 전달 체계와 연관 있는 대표적인 막 단백질로 각종 이온 채널등을 포함하는 막 수송 단백질(transport proteins), 막 수용체(Receptor), 막 효소(Enzyme)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막수송단백질은 별도의 글로 대신하며 이온채널들도 함께 자세히 다루었다.

 

신호 전달 체계를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이어지는 글들에서 신호 분자들이 세포막 표면의 수용체에 결함함으로써 시작되는 세포내 신호 전달 과정과 변환과정을 세밀하게 알아본다. 먼저  신호를 받아들이는 접점인 수용체들로부터 시작해 보자.